롭 라이너 아들, 첫 법정 출석…'부모 살해' 인정절차 3주 연기

수염 기르고 안경 쓴 채 등장…구부정하게 앉아 거의 말 안 해
1급 살인 2건으로 유죄 판결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

영화감독 롭 라이너의 아들 닉이 17일(현지시간) 부모 살해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파란색 보호 조끼를 입은 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2025.12.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78) 부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아들이 1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는 3주 뒤로 연기됐다.

로이터 통신과 CNN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은 이날 라이너 부부의 차남 닉 라이너(32)에게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내달 7일 다시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이 정식으로 기소 내용을 듣고 유·무죄 인정 여부를 답변하는 재판 초기 과정이다. 이번 공판 연기는 닉의 변호인 측이 요청했으며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닉은 유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면 증거조사 없이 곧바로 양형 단계에 들어가게 되며 무죄를 주장하면 정식 재판이 진행된다.

닉이 1급 살인 2건으로 유죄를 판결받을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

닉이 법정에 등장한 건 체포된 지 3일 만이자 기소된 지 하루 만이다.

닉은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채 파란색 원피스 형태의 보호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법정 유리 칸막이 뒤에 약간 구부정하게 앉아 공판이 진행되는 몇 분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판사가 '기소인부절차를 연기하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을 때만 "예, 판사님"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닉 측 앨런 잭슨 변호사는 이날 공판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절차가 연기돼 "오늘은 실질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건 라이너 가족에게 닥친 비극적인 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며 "철저하게 또 매우 신중하게 다뤄지고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가족은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공판이 끝나고 닉의 형인 제이크(34)와 여동생 로미(27)는 첫 공개 성명을 내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우리 부모님 롭과 미셸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죽음은 누구도 겪어선 안 될 일"이라고 애도했다.

생전 롭 라이너 부부. 2019.3.30 ⓒ AFP=뉴스1

닉은 14일 로스앤젤레스(LA) 서부 부촌 브렌트우드에 있는 부부의 자택에서 부친 롭과 사진작가 겸 프로듀서인 모친 미셸(70)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부부의 시신은 당일 오후 로미에 의해 발견됐다. 뉴욕타임스는 로미는 마사지를 예약한 부부의 집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테라피스트의 연락을 받아 범행 현장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닉은 도주 몇 시간 만인 당일 밤 LA 시내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캠퍼스 인근 공원에서 체포됐다.

닉은 15세부터 약물 재활 시설을 들락날락했으며 중독 치료를 거부하며 노숙 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부부의 부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살고 있으며 사건 전날엔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주최한 연휴 파티에서 부부와 말다툼을 벌였다고 다수의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롭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미저리'를 비롯한 수많은 걸작을 연출했다. 정치 활동가이자 민주당 지지자로도 유명하다.

미셸은 한때 사진작가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 '트럼프: 거래의 기술' 표지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촬영했다. 부부는 1989년 결혼했고, 롭은 미셸과의 사이에선 세 자녀를 뒀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