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피살' 라이너 부부 조롱한 트럼프…보수 진영서도 비판
SNS 글에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 탓 비꼬아
"정치적으로 이번 일 이용해선 안 돼" "글 지워라"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영화감독 롭 라이너(78) 감독 부부의 피살을 조롱하자 보수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때 매우 재능 있던 영화감독이자 코미디 스타였지만, 고통받으며 고전하던 라이너가 아내 미셸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에 따르면 라이너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킨 분노로 인한 것"이라며 "원인은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 때로는 TDS라 불리는, 정신을 마비시키는 질병에 대한 거대하고 굽히지 않는, 불치의 집착 때문이었다"고 비꼬았다.
라이너 감독이 잘 알려진 민주당 지지자로,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 9월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 직후 민주당과 좌파 진영을 향해 커크의 사망을 조롱하고 폭력을 조장한다고 트럼프 자신이 쏟아냈던 비판이 무색해진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라이너는 전날 오후 3시 30분쯤 로스앤젤레스(LA) 브렌트우드의 자택에서 아내 미셸(68)과 함께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미저리'를 비롯한 수많은 걸작을 연출했다.
부부의 아들 닉(32)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닉은 과거 마약중독을 겪었다고 AF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급을 놓고 보수 진영에서도 이례적으로 역풍이 불었다.
보수 진영 활동가이자 영화제작자 로비 스타벅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라이너 부부 사건은 "인간 두 명의 삶을 야만적으로 도륙한 것"이라며 "부부의 정치 성향이 무엇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애도해야지, 정치적으로 이번 일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도 "문제가 많은 아들에게 막 살해된 사람에 관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 글을 지우시라"고 촉구했다.
토마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라이너에 대해 어떻게 느꼈든 이건 막 잔인하게 살해당한 남자에 대한 부적절하고 무례한 처사"라며 "아마도 공화당 동료들과 부통령, 백악관 참모들은 그냥 무시할 것 같다. 겁이 나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320만 팔로워를 보유한 극우 정치 활동가 잭 포소비엑은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 어디에 축하가 있냐"며 "그는 축하하는 게 아니라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논평을 거부했다.
존 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단지 "비극"이라며 "라이너 가족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동정과 기도를 보낸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적 담론을 얼마나 저급하게 끌어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마지노선이 존재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며 혹은 드물게 나타난 일시적 예외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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