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지휘부 대수술…중동·유럽사령부 통폐합하고 미주 강화

11개 전투사령부 8개로 축소…인도태평양은 역할 유지
의회·전직 관료 "안보 공백 우려"…공화당 내부서도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대니얼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2025.11.07.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국방부가 11개 전투사령부를 8개로 통폐합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주도로 미 국방부가 군 최고위 지휘 체계를 수십 년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중동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CENTCOM)와 유럽사령부(EUCOM),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하나의 국제사령부(US International Command) 산하로 통합되며 위상이 격하된다.

반면 미주 대륙을 방어하는 북부사령부(NORTHCOM)와 남부사령부(SOUTHCOM)는 '미주사령부'(Americom)라는 새로운 조직 아래 통합돼 역할이 강화된다.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의 역할과 위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개편안은 중동과 유럽에 투입되던 군사 자원을 서반구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목표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의장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란의 핵농축 시설 공격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6.26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 전체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미국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헤그세스 장관에게 구체적인 개편안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WP에 "현재 지휘통제 체계에 부식(decay)이 관찰됐다"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개편을) 하며,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라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순탄하게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지역별 특수성을 무시한 획일적 통폐합이 안보 공백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지역별 사령부 체계가 필요한데 지나친 통합은 오히려 그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반발도 거세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조차 국방부의 일방적인 조직개편 추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3월 "광범위한 부처 간 협의와 의회와의 협력 없는 중대한 변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의회는 국방부가 개편안의 비용과 동맹에 미칠 영향 등을 상세히 보고할 때까지 관련 예산 집행을 60일간 보류하는 조항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켰다. 행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초당적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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