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과 AI 협력 돌연 중단…"무역합의 이행 압박인 듯"
9월 기술번영합의 체결 3개월 만에 AI·양자컴퓨팅 협력 '빨간불'
美, 식품안전기준 등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英 "곧 정상궤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9월 영국과 체결한 기술번영합의(Tech Prosperity Deal) 이행을 돌연 중단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지지부진한 무역 협상에서 영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압박 카드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영미 기술번영합의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됐으며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원자력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가 골자였다.
불과 3개월만에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양국의 첨단기술 동맹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자국산 농산물에 대한 영국의 식품안전기준 등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기술 합의를 볼모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술번영합의는 무역 협상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합의문에는 지난 5월 타결된 경제번영합의(Economic Prosperity Deal) 이행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부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건 농산물 시장이다. 미국 관리들은 영국이 식품·공산품에 대한 규제를 없애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영국은 5월 경제번영합의를 통해 연간 1만3000톤의 미국산 소고기 무관세 수입에 합의했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염소 소독 닭고기나 호르몬 처리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영국의 엄격한 식품안전기준 자체를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완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자국의 높은 식품안전기준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문제 삼는 또다른 현안은 영국의 디지털서비스세(DST)다. 영국은 2020년부터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 기술 기업의 영국 내 수익에 2%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이 세금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해 왔으나, 한 영국 관리는 디지털세를 가리켜 "본질을 흐리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 관리들은 미국의 합의 이행 중단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은 매우 거친 협상가들이지만 우리는 이 합의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