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펜타닐 '대량살상무기' 지정…"어떤 폭탄보다 많이 죽여"

행정명령 서명…베네수엘라 등 상대 군사·사법 대응 강화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약류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5.12.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마약 사망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합성마약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했다.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이 포함돼 온 WMD 개념에 마약류를 편입시키는 조치로, 향후 마약 퇴치를 명분으로 군사·사법·외교 수단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멕시코 국경 수비 군인들에 대한 훈장 수여식에서 "우리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공식 분류한다"며 "어떤 폭탄도 지금 펜타닐이 하고 있는 일만큼 많은 사람을 죽이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 화학물질을 WMD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펜타닐을 미국에 유입·유통시키는 행위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지칭해 온 대량살상무기 개념에 마약류를 포함시키는 것이 법적·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펜타닐 단속을 벌여 300만 정의 펜타닐을 한 번에 압수했다"며 "이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마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치명적인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는 재앙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펜타닐 유통을 단순 범죄가 아닌 적대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해외 마약 조직과 관련 국가에 대한 제재와 군사적 대응의 법적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미국의 적들이 펜타닐을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인을 죽이려 하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최악 중 하나가 될 전쟁"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붙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을 끝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와 매우 긴밀히 협력하며 유통되는 펜타닐의 숫자와 물량을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전구체 통제와 관세 조정 문제를 연계해 논의한 데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은 94% 감소했다"며 "훨씬 더 쉬운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베네수엘라 등 남미 마약 밀매 조직을 겨냥한 추가 군사·치안 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