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나토식' 안보보장…트럼프 "합의 가까워"(종합2보)

젤렌스키 "진전 이뤄"…유럽 정상들 "유럽 주도 다국적군 창설해야"
영토 등 쟁점 남아…'우크라가 왜 영토 양보하나' 질문에 트럼프 "이미 잃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청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2.15.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윤다정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 '집단방위 조항'과 유사한 수준의 안보 보장을 제안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종전 가능성에 대해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멕시코 국경 방어 메달 수여 행사에서 "약 한 시간 전 유럽 지도자들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고, 그중 많은 부분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것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우리는 긴 논의를 했고, 상황이 나아지는 듯 보이지만, 그렇게 말해온 지 오래됐으며 종전은 어려운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긴 대화를 나눴다"면서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프랑스, 영국, 나토 지도자들과도 대화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 머물고 있던 그들과 접촉이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라고도 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날 밤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국가 대표들과 만찬에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화로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길고 좋은 대화들이었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상황이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유럽 정상들의 강력한 협조를 얻고 있고, 그들 역시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종전을 원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로 종전을 원한다고 하다가 입장을 바꾸는 문제가 있다"면서 "그래서 양측의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에 영토를 양보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말에는 "그들은 그 영토를 이미 잃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보 보장과 관련해서는 유럽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앞서 미국 정부 측 당국자들은 종전안 회담이 끝난 뒤 진행된 전화 회견에서 "논의된 사안의 약 90%는 합의에 이르렀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안을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안보 보장이 감시와 충돌 방지 등의 범주를 포함하는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보 보장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제공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한 당국자는 "이는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억지력을 포함한다"며 "이런 보장이 영구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합의가 좋은 방식으로 도출된다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도 이것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안보 패키지라고 말할 것"이라며 "러시아도 이를 보고 '괜찮다. 이를 어길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만일 위반이 발생한다면 이 안보 패키지를 통해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쟁점을 좁히는 데 있어 상당히 진전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영토 문제와 관련해 3쪽 분량의 초안을 마련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자신의 팀과 논의할 예정이며, 추후 러시아 측과도 이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당국자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는 열려 있는 입장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더 서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전했다.

다만 당국자들은 영토 문제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으며 '경제 자유 지대' 설정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실무 그룹은 다가오는 주말 미국 마이애미에서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유럽도 "진전" 평가…러 반응·영토 쟁점 남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회담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제안한 안보 보장을 '중요한 전진'이라고 평가하며 "이제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군사 분야에서 작업해 온 세부 내용을 보았는데, 초안 단계임에도 매우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츠 총리를 비롯한 10개국 정상과 유럽이사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지원을 받는 유럽 주도 다국적군을 창설할 것을 제안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유럽 정상들과 미국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군은 광범위한 지원을 계속 받을 것이며, 평시 병력 규모를 80만 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AF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유럽 병력 배치 가능성 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영토의 향방이라는 핵심 쟁점도 남아 있다"고 짚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