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돈줄' 유조선까지 나포한 美…마두로 압박 전방위 확대
트럼프 "압류한 석유 우리가 갖겠다"…베네수 "노골적 강도행위" 격분
콜롬비아에도 "다음은 당신 차례" 경고…중남미 군사 긴장 최고조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앞바다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CBS 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유조선 '스키퍼'의 나포 사실을 알리며 "압류한 석유는 우리가 갖겠다"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은 "노골적인 강도 행위이자 국제 해적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나포 작전에는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함에서 발진한 헬리콥터 2대와 해안경비대원 10명, 해병대원 10명이 투입됐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공개한 영상에는 무장 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유조선 갑판에 착지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상 헬기 강습은 흔하지 않은 작전 방식이다. 마두로 정권을 향한 미국의 확고한 군사적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키퍼호는 나포 당시 베네수엘라산 원유 약 110만 배럴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선박은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된 혐의로 2022년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당시엔 '아디사'라는 이름으로 운항됐으며 러시아 석유 재벌 빅토르 아르테모프 소유로 파악됐다.
아르테모프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석유 밀수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재정 수입 상당 부분은 원유 수출에 의지하고 있어 이번 유조선 나포 사건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 퇴진을 목표로 외교적 압박과 군사 활동을 병행해 왔다.
지난 9월부터는 마약 밀매 차단을 명분으로 카리브해 등지에서 최소 22차례 선박 공격을 감행했으며 그 결과 80여 명이 사망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항공모함 강습단과 핵추진 잠수함까지 투입되는 등 약 1만5000명 수준의 미군 전력이 집결해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마두로와 전화통화를 하며 "즉시 권력에서 물러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1주일의 시한을 주고 마두로에게 안전한 퇴진과 국외 도피 기회를 제시했으나 마두로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은 마두로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하고 그의 체포에 500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현상금까지 걸어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공개된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그의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days are numbered)며 마두로 정권 축출 의지를 재차 분명히 드러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를 향해서도 날 선 경고를 보냈다. 그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겨냥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음은 그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이 미국의 선박 공격을 "야만적"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반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콜롬비아를 마약 통제 협력국에서 제외하고 페트로 대통령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이어 10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상'이라고 부르며 콜롬비아에 대한 원조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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