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고립·거래주의 '끝판왕'…트럼프 2기 안보전략 후폭풍
中·러 비판보다 경제 관계상 美 국익 강조…체제 비판 없어
유럽 질책하며 나토 비확장 입장…서반구서 트럼프식 '먼로 독트린'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공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의 후폭풍이 거세다. 그동안 미국이 최대 적대국으로 명시하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비판은 줄였다. 미국의 앞마당인 서반구를 최우선 순위로 지목하며 바다 건너 유럽 동맹에는 질책을 쏟아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안보 정책의 절정이자, 트럼프식 신(新) 고립주의의 공식화라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5일(현지시간) 발간한 NSS에서 국가안보 전략에 대해 "전통적 정치 이념에 기반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미국에 유리한 것, 즉 '미국 우선주의'에 의거한다"고 못 박으며 △국익 집중 △ 힘을 통한 평화 △ 비개입주의 △ 유연한 현실주의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확연한 어조 완화는 미국의 접근법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NSS는 중국이 미국의 경쟁국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중국과 진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NSS에서만 해도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조준하는 표현들이 수두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국의 통치 체제 비판과 민주적 개혁 촉구 대신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대만 방어를 우선순위로 제시하긴 했지만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이 아닌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놓고는 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NSS는 "우크라이나 내 적대 행위의 신속한 중단을 위한 협상 진행은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안정 재구축'을 재차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규정하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을 적대국이라기보다 잠재적인 경제 파트너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럽이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고 거론하면서도 러시아가 미국에 가하는 경제·소프트파워·군사적 측면의 위협은 의미 있게 다루지 않았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NSS의 화살은 서방 동맹의 핵심인 유럽을 향했다. '문명의 소멸' 같은 날카로운 표현을 써가며 유럽이 경제적 쇠퇴와 동시에 정치 갈등으로 정체성을 잃어간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스스로 서서' 방위의 주된 책임을 지라고 촉구하며 범서구 집단 안보 체계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 정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트럼프 1기나 이전 미국 행정부의 유럽관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자유주의 가치에 기반한 대서양 동맹의 종말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비자유주의 국가들과의 동맹으로 방향 전환을 뜻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NSS는 미국의 앞마당인 서반구(아메리카 지역) 패권 회복에 집중하는 '트럼프 코롤러리'(Trump Corollary)를 최우선 순위로 선포했다. 1823년 미주 대륙 전체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천명한 먼로 독트린의 확장을 자처한 것이다.
NSS는 역내 △ 이주 통제 △ 마약 유통 저지 △ 육·해상 안보 확충을 통한 미국 본토 수호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하며 "서반구 내 긴급한 위협을 다루기 위한 전 세계 미군 주둔을 재조정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코롤러리는 마약 카르텔 단속 등을 앞세운 역내 미국의 군사 작전을 정당화하고, 미 본토가 위치한 서반구 안에서 중국 등 경쟁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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