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엡스타인 카리브 은신처 사진 공개…섬 깊숙한 ‘충격의 방들’

유력 인사 초대해 미성년자 성매매…사진 공개로 트럼프 압박

제프리 엡스타인의 저택 사진 (출처=House Oversight Committee Democrats)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개인 은신처로 사용했던 카리브해 섬 저택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AFP통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공개된 100여 개의 사진과 짧은 영상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엡스타인이 소유했던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에 있는 저택을 보여준다. 사진들은 엡스타인이 숨진 다음 해인 2020년에 촬영됐다.

엡스타인은 이 섬에서 대중의 눈을 피해 유력 인사들을 초대해 미성년자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저택 사진 (출처=House Oversight Committee Democrats)

공개된 사진에서는 벽면에 남성 얼굴 가면 여러 개가 붙어 있는 치과 진료실이 나온다. 엡스타인의 마지막 여자친구였던 치과의사 카리나 슐리악이 사용한 공간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방의 칠판에는 '기만'(deception), '권력'(power), '진실'(truth), '정치'(political) 등의 단어가 적혀 있었다. 다른 단어들은 이미지를 공개한 민주당 측에서 삭제했다.

하원 감독위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캘리포니아)는 사진을 "충격적"이라고 부르며, 사진 공개는 "수사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엡스타인의 끔찍한 범죄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어 가르시아는 위원회가 JP모건과 독일 도이체방크에서 엡스타인의 재정 기록을 받았으며, 민주당이 앞으로 며칠 안에 일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저택 사진 (출처=House Oversight Committee Democrats)

엡스타인의 카리브해 은신처 사진들은 의혹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거의 밝히지 못하지만, 엡스타인 관련 법무부의 수사 문건(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할 예정인 트럼프 행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연방 상·하원에서는 엡스타인 파일을 30일 내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 초당적 합의로 가결됐다.

금융가 엡스타인은 수년간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며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악명을 떨쳤고, 2019년 체포 후 구금 중 자살했다. 이후 엡스타인이 입막음으로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확산하며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제프리 엡스타인 ⓒ AFP=뉴스1 ⓒ News1 구경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동안 파일 공개 움직임을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부르며 공개를 반대했다. 이전에는 파일 공개를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 과거 엡스타인의 친구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사건에 연루돼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의원 4명이 청원 서명에 나서는 등 당내 이탈 표가 대거 나올 것이 확실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바꿔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에 공화당 의원들의 찬성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상당한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어 방대한 파일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공개될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