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잠재적 연준 의장" 언급에 '해싯 확률 89%'…면접 중단

트럼프 "한 명으로 좁혔다"…참모진 공들인 검증 절차 무력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3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2025.3.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 작업을 사실상 완료하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후임으로 선택했다고 강력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인 발표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종 후보군의 부통령 면접 일정이 전격 취소되면서 사실상 인선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연준 의장의 최종 후보들과 이번주 초 시작할 면접을 돌연 취소 통보했다. WSJ이 인용한 소식통은 면접이 재조정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 후보와 관련해 "아마도 10명 정도 검토했지만 이제 한 명으로 좁혀졌다"고 직접 말하며 사실상 내부 인선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시사했다. 국무회의 직후 열린 별도 행사에 참석한 해싯 위원장이 연준 차기 의장으로 선택된 인물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확인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싯을 향해 "잠재적 연준 의장이 여기 있다"며 "케빈, 고맙습니다"라고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예측사이트 '칼시'에서 해싯의 연준 의장 지명 확률은 66%에서 89%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참모들이 공들여 준비한 인선 절차는 헛수고처럼 보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몇 달간 11명의 초기 후보군을 5명으로 압축하고, 이번 주 부통령의 추가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군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이미 한 명으로 좁혔다"고 밝히면서 정교하게 설계된 인선 과정은 한순간에 유명무실해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전통적 인선 절차를 무시한 배경에 1기 집권 당시 제롬 파월 현 의장 선임에 대한 깊은 후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권유했던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을 지속적으로 비난해왔고 해싯 위원장 역시 2021년 자신의 저서에서 트럼프의 불만을 증언한 바 있다.

WSJ에 따르면 해싯은 저서에서 "므누신은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추천했다는 이유에서 그 이후 거의 모든 회의가 시작될 때마다 대통령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며 "트럼프의 공격 속에서도 므누신이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던 모습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번 인선 과정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라고 WSJ는 분석했다. 베선트가 특정 후보를 강력히 추천했다가 나중에 므누신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 사이에서 금리 정책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차기 의장은 대통령의 압력과 경제 현실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중순 종료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