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 의약품에 관세 면제…영국은 美신약 25% 비싸게 사기로
미영 의약품 관세협상 타결…대법원 판결 앞두고 합의 서둘러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영국이 1일(현지시간) 의약품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영국의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영국은 미국 제약사의 신약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이날 의약품 관세에 관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구매하는 미국산 혁신 신약의 순 가격을 25% 인상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영국산 의약품·원료·기술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및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양국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중대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영국은 이번 합의를 위해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20여 년 만에 대폭 수정했다.
NICE는 '질 보정 수명'(QALY) 1년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2만~3만 파운드 이하여야 약품을 승인했지만, 앞으로는 이 기준을 2만5000~3만5000파운드로 상향 조정한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비용 문제로 거부됐던 고가의 항암제나 희소 질환 치료제 등 연간 3~5개의 신약이 추가로 NHS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제약업계는 즉각 환영했다. 그간 영국 제약업계는 경직된 약값 제도와 높은 수준의 이익 환수제 때문에 투자 환경이 열악하다고 불평해 왔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등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영국 내 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제약사가 NHS 매출의 일정 비율을 환급해야 하는 이익환수제 비율 상한도 내년부터 15%로 낮아지게 되면서 업계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영국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칼 클랙스턴 요크대 교수는 "신약에 대한 지출 증가는 결국 다른 필수 의료 서비스 예산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연간 1만5971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이 개발한 신약에 대해 다른 선진국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약값인 상을 요구해 왔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 기본 합의에서도 의약품 관세 문제를 지렛대로 삼았고, 이번 영국과의 합의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개별 국가들과의 협정을 통해 관세를 기정사실로 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호사 라이언 매저러스는 로이터에 "미국 정부는 대법원판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세부 거래를 마무리하고 이전에 합의한 기본 틀을 다듬으려고 서두르고 있다"며 "국가들이 협약에 묶여 있을수록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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