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정통성 없다는 푸틴…美·우크라 '대선 문제' 논의 왜?

푸틴, 대선 미실시 들어 "현 우크라 지도부의 서명은 무의미" 고수
美, 러 공세 차단·우크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논의 가속 모색

30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안보국방위원회(NSDC) 서기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핼런데일 비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있다. 2025.11.3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선거 문제가 의제에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회담 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관적"이라며 "우리는 단순히 전쟁을 끝내는 것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영원히 안전해져 다시는 침공당하지 않도록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있다"며 "이는 섬세하고 복잡하며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계엄령이 발동된 우크라이나에선 대통령 및 의회 선거가 중단된 상태다.

젤렌스키는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3월 차기 대선이 치러졌어야 했으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 선포 및 전시내각 구성으로 선거가 중단되며 2019년 5월 취임 후 6년 넘게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WSJ은 전쟁 중에 새 선거를 치르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정치적으로 첨예한 문제라면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공작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7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우크라이나의 대선 문제를 언급하며,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종전) 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계엄령 하에서 선거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 전략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는 정통성이 없다"고 선언하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하기 위한 정치전을 벌인 가운데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정통성 공세를 차단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거 로드맵' 문제를 꺼내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WSJ은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의 사임을 초래한 부패 스캔들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선거 문제가 대두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예르마크 실장의 사임은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3년과 2024년에도 미국은 국제적, 민주적 규범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도부에게 선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불안정한 시기에 선거를 치르는 것은 지도부를 분열시키고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올해 초 취임 직후 젤렌스키에 대해 "선거 없는 대통령"이라거나 "독재자"로 부르며 정통성을 문제 삼고 사퇴를 압박하며 푸틴에 기울어졌다는 비판을 산 바 있다. 이후 러시아의 미온적인 협상 태도가 반복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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