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요구에 "디지털 규제 완화부터"

美상무·무역대표, EU 통상장관회의 참석
美무역대표 "EU 디지털 규제 美기업 겨냥한 차별조치 아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2025.11.24./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EU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요구에 미국이 디지털 산업 규제 완화를 선행 조건으로 제시하면서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러트닉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EU가 추가 관세 인하를 원한다면 디지털 규제 정책 시행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트닉은 "미국은 EU가 디지털 규제들을 없애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도 작동하는 균형 잡힌 접근을 찾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EU와 함께 철강·알루미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어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 규제들에 대해 오랫동안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며 "미국 기업만 영향받을 정도로 기준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고, 집행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때로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7월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EU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15% 적용하고, 항공기와 부품, 복제약, 반도체 제조장비 등에 대한 관세도 면제했다. 다만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부과한 50%의 초고율 관세는 유지하고 있다.

일부 EU 회원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자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구했다. 이에 이날 회의에서 EU는 미국에 와인·증류주, 올리브 오일, 파스타, 치즈, 선글라스, 다이아몬드, 선박 엔진 부품, 직물, 신발, 모자, 산업용 로봇 등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EU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술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EU는 디지털 규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4일 구글이 광고시장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고 경쟁사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29억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날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EU의 디지털 규제에 대해 "차별적이지 않으며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