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 달리오 "버블 80% 지점…당장 팔 필요는 없어"
"붕괴 전까진 더 올라…10년간 기대수익률은 매우 낮을 것"
"AI 주도 랠리, 엔비디아 단일종목이 거품 주도…부의 편중"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적인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가 현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거품 단계의 약 80% 지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거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매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투자자들이 '현금 유동성'의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리오는 20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가 주도하는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두고 거품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거품의 정도를 측정하는 자체 지표가 19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시장은 극심했던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의 약 80% 지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달리오는 과거 사례를 들어 투자자들에게 거품에 대한 경고와 함께 신중함을 조언했다. 그는 "거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팔아서는 안 된다"며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 시장은 더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1928년 당시 대형 은행이었던 메릴린치 창업자가 시장에서 빠져 나오라고 경고했지만 그 후 시장은 90% 더 상승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거품의 존재'와 '거품의 터지는 시점'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리오는 거품 붕괴에 결정적 요인이 "현금에 대한 필요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 자체를 소비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물건을 사거나 청구서를 지불할 돈(cash)을 얻기 위해 부(wealth)를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거품이 붕괴되는 시점은 대개 통화 정책의 긴축이나 부유세와 같은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산을 현금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길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거품 영역에 있지만, 아직 거품이 찔리는(pricking)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거품 영역에 진입했을 경우 향후 10년간의 수익률은 매우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리오는 금융 시장의 거품에 대해 부의 집중과 지속 불가능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액)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오의 설명에 따르면 금융 거품은 극히 일부 인구와 경제에 부가 집중되어 있고 모두가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투자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또 거품은 지속 불가능한 밸류에이션으로 장기적 미래 수익에 대한 합리적 추정보다는 '현금에 대한 필요성'과 '지속 불가능한 매수세'로 인해 가격이 형성된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의 높은 가격은 미래 수익에 대한 이성적인 계산과 같은 합리적 추정이 아니라 언제든 멈출 수 있는 투기적인 매수세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달리오는 현 뉴욕 증시 상황에 대해 "엔비디아처럼 단 하나의 종목이 시장 전체의 거품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는 부가 너무나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