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인만 남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법무부 늑장 가능성"

트럼프 반대 입장 접어 상·하원 통과…민주 "서명 후 엉뚱한 짓 말아야" 경고
새로운 조사 핑계로 공개 늦출 우려…법무장관 "추가 정보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의회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정부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을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은 상태에서 트럼프의 사후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나 돌연 태도를 바꿔 법안 통과를 용인했고, 초당적 지지 속에 법안은 상·하원을 통과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트럼프가 법안 서명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서명은 하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나 행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다시 은폐 시도를 할 수도 있어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2000년대 초·중반 결별하기 전까지 엡스타인과 가깝게 지내왔다. 내부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서명에도, 행정부가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세부 사항들을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연방 수사와 관련해 삭제, 절차 지연 또는 지연책을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본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면, 이를 충실히 적용하고 집행해야 한다. 어떤 엉뚱한 짓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법안은 서명 후 한 달 내 법무부가 비밀 해제된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하도록 규정하며, 개인정보와 법적·안보상 우려가 있는 경우만 예외로 인정한다.

엡스타인은 수년간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며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악명을 떨쳤고, 2019년 체포 후 구금 중 자살했다. 이후 은폐 의혹과 음모론이 확산하며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피해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를 환영하며 하원 본회의장에서 환호했고, 이는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의 기존 비공개 입장에 대한 강한 반발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보공개 훼방 실마리는 벌써 보인다. 법무부와 미연방수사국(FBI)은 이미 일부 자료 검토에서 추가 조치 필요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가 최근 민주당과의 연관성을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실제 공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찬성하는 일부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조사가 문서 공개를 막기 위한 연막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추가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새로운 정보, 추가 정보가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본디 장관은 기자들에게 "피해자가 있다면 모든 피해자가 나서서 신고해 주시기를 권장한다"며 "우리는 법에 따라 최대한의 투명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조사를 명분 삼아 정보 공개를 늦출 의도가 있는 것으로 AFP는 해석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