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혈맹 메시지로는 안 움직인다"…美전문가가 본 효과적 아웃리치

"이슈의 미국 국내 문제화 필요, 인맥·모금능력 갖춘 로비스트 찾아야"
"트럼프 2기 '톱다운' 정부…관세·이민법·232조 등 효과적 대응 필요"

신우진 넬슨&멀린스 변호사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효과적인 아웃리치 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아웃리치(outreach)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가 "이슈의 미국 현지화를 통한 효과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한국 기업에 조언했다.

신우진 넬슨&멀린스 변호사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효과적인 아웃리치 전략에 대해 "한국 기업, 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에 있는) 외국 기업 및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슈를 미국 국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인들, 즉 일반 유권자들은 외국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라며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해외 이슈는 미국 장병이 직접 참전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전쟁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나 행정부 어느 쪽을 상대하더라도, 그 사안이 의원의 정치적 경력이나 재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단순히 동맹, 혈맹 같은 외교적 수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미국 곳곳에 이미 투자해 뿌려놓은 구슬은 많지만, 이를 어떻게 꿰어 미국 국내 이해관계와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Fact Sheet) 발표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로비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 변호사는 "전통적으로 기업의 로비(lobby)라고 하면 그 말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대상은 의회와 의원이었지만, 특히 트럼프 2기 때는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가 중요해졌다"라고 전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 특히 하원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많이 따르는 편으로, 정책 결정이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주목해야 할 인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에 대한 로비도 있을 수 있지만, 코어 그룹에 대한 로비가 중요하다"면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블레어 부비서실장, 에너지 정책 카운슬 등을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았다.

그는 "의원들도 여전히 중요하며 특히 상원이 매우 파워풀하다는 데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어느 정권이든지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권자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부처 장관의 재량권이 줄어든 톱다운 방식이 강해졌다"면서 "아울러 외교적, 정책적인 면보다는 주고받는 형식의 거래(transaction)로 협상이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1기와의 차이에 대해 "'프로젝트 2025'라고 헤리티지 재단이나 보수 서포터들의 정책 제안 등이 많이 있었고, 트럼프 자체적인 팀의 준비 등 2017년 취임 때보다 훨씬 여러 가지 면에서 정책적으로 준비가 많이 돼 있었다"면서 "공무원의 견제 기능은 확실히 약해졌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가장 우선순위로 대응해야 할 정책 이슈로 관세를 꼽았다.

신 변호사는 "관세는 외국 기업뿐만이 아니라 미국 국내적으로도 유가 등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이어 "(품목 관세 부과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에 따른 관련 조사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산업을 전략 분야로 간주하는지 알 수 있다"며 "반도체, 제약, 항공우주, 핵심 광물 등은 그 비중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또한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사태 사례를 언급하며 "이민법은 그동안 한국 기업이 간과해온 분야인데, 잘못 대응하면 하루 수천만 달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기업들이 이민 규제를 핵심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신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흔히 오해하는 미국 로비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영향력 있는 로비스트 가운데는 정부 경력을 전혀 갖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정치자금 모금 능력이나 지역 네트워크가 강하면 전관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로비는 불법적으로 나의 이익과 편의를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접촉과 활동을 공개하는 제도화된 공식 절차"라며 "기업·산업 구조 분석, 공급망·중국 연계 조사, 정책결정자 매핑 등이 필수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좋은 로비스트를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업 내부가 미국 로비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로비 펌의 역량을 100% 활용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트럼프 1기 주변 인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뛰어든 비전문 로비스트들이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며 "제도, 규제, 정책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로비는 불법적 편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권자에게 산업 현장의 실제 문제를 전달해 더 나은 결정을 돕는 언로(言路)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