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핵무기의 망령…"냉전보다 더한 美 vs 中·러 대결 구도"
WSJ "中, 급격한 핵무기 확대…러, 차세대 핵무기 개발"
"中 대만 침공· 러 유럽국 공격· 北 남침 등 동시다발 가능성"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과 중국·러시아 구도로 핵 군비 경쟁이 심화하면서 핵무기가 냉전 이후 수십 년 만에 국제정치 무대 한복판에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새로운 핵 경쟁이 시작됐지만 냉전 때와 달리 미국은 하나가 아닌 두 개의 경쟁 상대를 대처해야 한다"며 중국의 급격한 핵무기 확대와 러시아의 차세대 핵무기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을 원하지만 경쟁국들이 함께 군축하지 않는다면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달 초에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이 비밀리 핵실험을 계속하는 만큼 미국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제외하면 지난 수십년간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국가는 없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공식적으로 각각 1992년, 1990년, 1996년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노골적인 핵무기 확장에 나서자 미국은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9월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육·해·공 모두의 '3대 핵전력'을 갖췄음을 처음으로 과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형 '부레베스트니크' 핵 추진 순항 미사일과 수중 핵 추진 무인기 '포세이돈'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이달 5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러 국방부에 핵실험 재개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의 매슈 크로닉 소장은 "현 추세는 핵무기 감축이 아니라 증강"이라며 "제3의 핵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1990년대, 2000년대보다는 냉전과 더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미국과 러시아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 (New START·뉴스타트) 같은 군비통제 제한 약속을 그나마 지키고 있지만, 중국은 어떤 구속도 없이 조용히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며 2030년대 중반이면 중국이 배치한 핵탄두 수가 미국과 비슷해질 거란 분석을 전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를 따라잡는 데 집중하며 군비 통제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군축을 위해선 양대 핵 강국인 미·러가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입장이다.
저우 보 칭화대 국제 안보 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 일각에서 재래식 전쟁 패배를 우려해 대만을 놓고 중국에 핵무기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중국으로선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정보당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에 필요한 경우 2027년 대만 무력 점령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갖추라 지시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다른 전쟁을 동시에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의 군사 행동을 틈타 러시아의 유럽국 공격이나 북한의 남침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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