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셧다운 43일' 협상 뒷짐 트럼프, 전례없는 권력의 칼춤

'양당 교착' 워싱턴 비우고 해외순방…전임자들과 달리 협상 무관심
행정부 권한 최대한 휘둘러 자금중단·공무원해고…민주당 압박 무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끝내기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후 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역대 최장인 43일째에 마침표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민주당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셧다운 기간 이전 행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격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워싱턴 비우고 해외 순방…합의 위한 협상엔 무관심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 기간 트럼프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40여 일간 트럼프의 일정이 이전 대통령들의 셧다운 대응 방식과 두드러지게 달랐다"고 지적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해외 순방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지난 10월 1일 셧다운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6개국을 찾아 무역 협정에 서명하거나 휴전 합의 서명을 지켜봤다.

이는 이전 다른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티머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정부가 문을 닫았을 때 워싱턴에 머무르는 것이 "대통령의 관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디에 있든 소통만 가능하다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면 필요한 경우 의회 지도부와 만나 사태 해결을 진전시킬 수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정부 위기와 동떨어져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으며 적어도 국내를 떠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협상 과정에 관여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백악관에서 연 공화당 의원 대상 행사는 10월 21일 '로즈가든 클럽' 모임과 11월 5일 백악관 조찬모임으로 셧다운 협상과는 무관했으며 민주당 지도부와는 아예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존 로런스 캘리포니아대학교 워싱턴센터 교수는 이를 두고 "계산된 무관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통령은 셧다운을 해결하려는 주체와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도발자(provocateur) 역할을 즐기며 이런 일방적인 행동들을 반복함으로써 양측이 접점을 찾는 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WP에 말했다.

셧다운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민주당에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셧다운으로 인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각종 조치를 취하며 셧다운을 민주당을 굴복시키기 위한 협박용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이전 행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 미국인에게 지원하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를 끊었다. 또한 수천 명의 공무원을 해고하려 했으며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 민주당이 이끄는 주(州)들에 대한 각종 프로젝트 자금도 동결하거나 취소했다.

WP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요구에 굴복하도록 압박을 높이기 위해 행정부 권한을 전례없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끝까지 맞섰지만 결국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서민 피해를 우려한 민주당의 중도파 상원의원들이 이탈하며 이번 셧다운 사태는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셧다운 초기부터 민주당이 결국 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협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며 "백악관의 전략은 단순했다. 민주당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고통을 점점 더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표면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올 연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이 종료돼 보험료가 폭등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최대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