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알카에다 출신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제재유예 재연장

알샤라 대통령 첫 백악관 방문, 통상적 정상 의전 생략한 채 조용한 회담
미군 다마스쿠스 주둔 방안 등 논의…러·이란 거래는 유예 제외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5.14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 일부를 180일간 추가로 유예하기로 했다.

1946년 시리아 독립 후 시리아 국가 원수가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미국 정부가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던 알카에다 출신 알샤라 대통령과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적이 있다.

백악관 기자단 풀은 이날 알샤라 대통령이 오전 11시 37분께 백악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알샤라 대통령이 통상 해외 정상들에게 제공되는 의전 없이 백악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진입도 트럼프가 외국 정상 등 귀빈을 맞이하는 장면이 자주 카메라 잡히는 웨스트윙 정문이 아닌, 측문을 통해 이뤄졌다.

정상 회담 때 이뤄지던 기자단 출입도 이번에는 허용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조용하게 진행됐다.

백악관 기자단 풀은 이날 회담 의제에 시리아의 'ISIS(테러단체 이슬람 국가의 미국식 표현) 격퇴 세계연합' 공식 가입, 제재 완화, 그리고 미군과 새로운 협력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ISIS 대응 작전 지원을 위해 다마스쿠스 인근 공군기지에 제한적으로 주둔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로이터는 회담 직후 지난 5월 시저법(Caesar Act)에 따른 대(對)시리아 제재 일부 유예 방침을 재무부가 밝혔으며, 이는 기존 제재 유예를 180일간 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이란과 연계된 거래나 자금 이동은 이번 제재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알샤라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에 가입하고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2005년 체포돼 이라크 내의 미군 감옥에 갇혔다.

지난 2011년 풀려난 그는 시리아의 알카에다 지부를 세웠다. 2012년에는 알누스라 전선을 형성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대항하다가 지난 2016년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듬해 다른 단체들과 연합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결성했다.

미국은 2018년 과거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HTS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알샤라에 대해서도 1000만 달러(약 143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HTS가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자 미국은 현상금을 해제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던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임시대통령에 오른 알샤라 대통령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대부분 해제하고 HTS에 대한 테러조직 지정도 해제했다.

알샤라 정권은 집권 후 곧바로 러시아·이란 중심축에서 벗어나 미국·터키·걸프국으로 외교적 방향을 바꿨다. 회담 직전 시리아 당국은 IS(이슬람국가)가 최근 몇 달 사이 두 차례 알샤라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많은 제재를 해제했지만, 2019년의 시저법에 따른 제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완전히 없애려면 의회가 법을 폐지해야 하는데 백악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