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국장, 英 MI5 국장과 '中 대사관 감시 지원' 약속 어겨"

NYT "파텔, 中 대사관 감시 기술 담당 요원 직위 보호 안 해…英 경악"
5월 '파이브아이즈' 정보기관 수장 회의에 후드티 차림으로 참석하기도

캐시 파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2025.09.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각종 기행과 무분별한 인력 감축으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던 캐시 파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핵심 동맹국인 영국 국내 정보기관 MI5 국장과 한 약속을 어겨 MI5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영국 런던 남부에서 파텔 국장은 켄 매컬럼 MI5 국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에는 영국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구성된 영미권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안보 당국 수장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매컬럼 국장은 런던 타워 인근에서 중국이 건설하려는 새 대사관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기술을 담당하는 런던 주재 FBI 요원의 직위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텔 국장은 해당 요원의 직위를 보호하고 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해당 직위는 백악관이 FBI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미 사라질 예정이었다. 그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는 불분명하나 그의 보좌진들은 이미 이를 보고받은 상태였다.

결국 해당 요원은 미국 본국으로 돌아가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는 FBI의 예산을 절감시켰지만 MI5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회의 자체도 순조롭지 않았다. 한 전직 관계자와 해당 사안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런던 외곽 스탠스테드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파텔 국장은 원래 숙소와 가까운 공항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영국 당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고위 인사들은 반드시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며 이 요청을 거부했다.

한 전직 관계자는 회의에서 파텔 국장이 정장이 아닌 트럭 운전사 모자와 녹색 후드티를 입고 나타나 다른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또한 2명의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파텔 국장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주최한 만찬에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FBI와 MI5의 상급 기관인 영국 내무부는 이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NYT는 이 사건이 영국 관리들에게 파텔 국장의 리더십 스타일을 충격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파텔 국장이 기행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그가 전용기를 타고 여자친구의 공연을 보러 갔다는 논란이 일자 27년 근속 항공 책임자를 해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7월에는 뉴질랜드를 방문해 현지의 경찰 및 정보당국 관계자들에게 현지에서 불법인 3D 프린터로 제작한 권총을 선물하기도 했다. 해당 권총을 받은 관계자들은 이를 폐기해야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