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렁치렁 금발에 빵빵한 입술…트럼프 진영 여성 '마가 룩' 열풍
트럼프 지지 여성 결속 다지는 외모 꾸미기 방식 유행
전문가들 "성 역할 고정관념 강화" 비판…당사자들 "개인의 선택" 반박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길게 굽이치는 금발, 짙은 화장, 성형 시술로 만든 두툼한 입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변의 여성들 사이에서 이른바 '마가 룩'(MAGA Look)이 성행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화당 성향 정치 컨설턴트 멀리사 라인 라이블리(40)는 이날 공개된 AFP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이러고 다녔다"며 "그리고 이제 막 내 부족(tribe)을 찾았다"고 말했다.
라이블리는 한때 백악관 대변인 후보로 거론됐으나 캐롤라인 레빗에 밀려 탈락한 인물이다.
그는 "마가 룩은 다른 사람에게 나도 같은 팀이라는 신호를 보낸다"며 "이는 정치보다 훨씬 큰 문제이자 우정이고 또 관계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롤 모델로 트럼프의 맏딸인 이방카와 며느리 라라 트럼프를 제시했다.
AFP는 이런 마가 룩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대부분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보수 성향으로 전통적인 가치를 옹호한다고 분석했다. 마가 룩이 단순한 패션 트렌드를 넘어서 트럼프 진영의 젠더 정치전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가 룩을 추구하는 여성으로는 지난 9월 총격으로 사망한 강경 우파 논객 찰리 커크의 아내 에리카 커크가 꼽힌다. 에리카 커크는 남편의 추도식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기독교적 결혼관을 강조했다.
행정부에서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마가 룩의 대명사로 지목된다.
AFP는 체형을 드러내는 치마나 드레스를 입고 촘촘하고 긴 속눈썹, 어두운 색조와 밝은 색조를 사용해 얼굴의 음영을 강조하는 컨투어링 기법의 화장 등도 이들의 대표적인 외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외양이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 근거한다고 비판한다. 줄리엣 윌리엄스 UCLA 젠더학과 교수는 "여성의 가치가 남성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비치는지에 달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는 "나는 마가 여성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종의 전쟁용 분장(war paint)을 하는 것으로 본다"며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시스템을 포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강요나 억압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고 반박한다. 라이블리는 "매일 2시간씩 운동하고, 3주 반마다 머리를 하고, 주기적으로 보톡스 등의 시술을 받는 건 전적으로 내 의지"라고 강조했다.
뉴욕의 피부과 의사인 대니얼 벨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랜스젠더들의 성전환 수술에 비판적이면서, 정작 자신들은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붙임머리나 입술 확대, 속눈썹 연장술 등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벨킨은 "트랜스젠더의 성별 확인 치료에 반대하는 이들이 정작 자신을 위한 성별 확인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는 놈 장관의 얼굴을 성형수술로 망가진 모습으로 묘사했다. 이에 놈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건 게으른 행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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