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패소하면…관세 환급되겠지만 '산 넘어 산'

최종심 공개 구두 변론 심리서 보수성향 대법관들도 '법적 권한' 의문 제기
美행정부 패소시 새 관세 부과 방침에 "더 큰 불확실성" 관측도…연내 판결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1.05.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워싱턴=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추진한 관세 정책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과 관련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 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관심이 높다.

이날 워싱턴DC의 대법원 청사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개 구두 변론에선 보수 성향 판사들마저 잇따라 대통령의 관세 부과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헌법은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의회의 승인 없이 행동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주장해 왔다.

이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미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그런 권한은 항상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그런 논리라면 의회가 외교, 관세뿐만 아니라 전쟁 선포권까지 대통령에게 넘겨줄 수 있지 않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코니 배럿 대법관은 IEEPA에 관세 문구 자체가 없다는 점을 짚으며 "수입 규제(regulate importation) 문구가 관세 부과권을 뜻한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로버츠, 고서치, 코니 모두 보수성향 판사다.

원고 측 변호사 "잠재적 환급 문제가 판결에 영향 미쳐선 안 돼"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재판이 나올 경우에 이를 어떻게 되돌릴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법관들은 이날 명확한 방침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전에 납부된 관세를 기업들에 환급해야 할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또 의회가 개입해 이 관세 부과를 소급해 "합법화할 수 있는지 역시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엉망진창(mess)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카탈 변호사는 "절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잠재적인 환급 문제가 대법관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한 활동가가 '세금은 의회만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는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의거해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따질 최종심의 구두 심리를 진행했다. 2025. 11.05.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카탈은 관세가 무효가 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한 이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들만이 자동으로 환불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다른 기업들은 이미 납부된 관세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미국이 "경제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구두 변론이 시작되기 전날 밤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이 사건을 국가의 "생사 문제(LIFE OR DEATH)"라고 불렀다. 카탈은 "정부가 환불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세 환급은 증시 호재?…“美 새 관세 부과 방침에 더 큰 불확실성” 관측도

만약 환급이 결정된다면, 미국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산운용사 부스타만테 캐피털 매니저먼트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대니얼 부스타만테는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법원이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할 경우 이를 시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회사 글렌메이드 트러스트 컴퍼니의 마이클 레지놀즈도 "만약 이 금액이 환급되면, 기업 부양책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하면 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예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월 7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가 "(패소한다면) 관세의 약 절반에 대해 환불을 발행해야 할 것이며, 이는 재무부에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최종 판결이 지연될수록 경제적 혼란의 위험은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2026년 6월까지 판결이 지연될 경우에 75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의 관세가 이미 징수되었을 수 있으며, 이를 해제하는 것은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 대리인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정부가 패소할 경우 경제적 파멸, 무역 협상 중단, 외교적 당혹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하더라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 관세 범위를 확장하는 등의 '플랜B'(대안)가 준비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에 기존 무역 협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판결은 연내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WSJ은 "대법원이 언제 판결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말 이전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보도했다. 법원의 회기는 6월 말까지 진행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에 훨씬 더 빨리 법적 명확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 대법원과 달리 미국 대법원엔 회기(term)가 있다. 매년 10월 공식적으로 시작해 이듬해 6월 말 혹은 7월 초에 종료된다. 그리고 중요하고 논쟁적인 사건의 주요 판결은 회기가 끝날 때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경향이 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