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2019년과 달라진 김정은…트럼프, 北 핵보유국 인정 금물"

사설 통해 "비핵화 포기하면 한·일 핵보유 논의 촉발될 수도" 지적
"협상서 목표·레드라인 필요…동맹국과 같은 입장 유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만날 경우 북한을 섣불리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WP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김정은과 또 다른 만남을 추구하나 이제는 2019년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를 중심으로 삼고 역사적으로 고위험 정상회담에 투입되던 치밀한 준비를 배제하는 비정형적 외교 방식이 놀라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만나고 싶다는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의 즉흥적 스타일에 대한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김 총비서와 만나고 싶으며 이를 위해 귀국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24일에는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북한을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일종의 핵 보유 세력'(sort of nuclear power)"이라고 불렀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에서 김 총비서와 3차례 만났으나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군비통제협회(ACA)를 인용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약 50개로 증가했고, 북한이 매년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첫 임기 때 마주했던 북한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핵 보유 세력" 발언이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클럽에 가입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암시로 불길하게 들렸다"며 "이러한 중대한 양보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WP는 "오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일본과 한국에서도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면서 "양국은 이미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가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WP는 그의 특이한 외교 스타일이 가자지구 휴전, 이스라엘 인질 석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김정은과의 협상에는 목표와 레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김정은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도록 하며, 나쁜 협상에서는 기꺼이 물러설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