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하나…中 '희토류' 美 '100% 추가관세' 맞불
APEC 앞두고 '강대강'…中 희토류 기술·장비·우회생산까지 묶어 기습 선공
트럼프, '핵심SW·항공부품' 통제까지 시사…韓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비상'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미국의 관세 맞대응으로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고율의 관세와 핵심 소프트웨어(SW)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놓으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강력히 반발하며 오는 11월 1일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모든 핵심 SW의 대(對)중국 수출도 통제하겠다고 했다. 만약 트럼프의 말대로 관세율을 높이게 되면 현재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55%의 대중국 관세는 155%로 높아진다.
트럼프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추가로 비행기 및 비행기부품 등에 대한 수출 통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같은 날 선 반응은 지난 9일 중국이 미국이 민감해하는 희토류 통제 조치를 대거 쏟아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해외 제조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통제 결정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통제 실시 결정 등을 공표하고 이를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통제 조치는 중국 이외의 지역이라도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희토류를 혼합해 영구자석 등을 제조하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희토류 채굴, 제련, 영구자석 제조, 2차 자원 재활용 기술 등도 수출 통제 대상이다.
또 상무부는 △초경질 재료 관련 품목 △희토류 설비 △중희토류·리튬배터리 관련 물질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고 내달 8일 실시를 예고했다.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14나노미터(㎚) 이하 공정 및 256단 이상 메모리 반도체 제조용 희토류의 경우 △사안별 승인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은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을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해 "희토류 관련 품목은 군민 양용 속성을 갖고 있어 수출 통제는 국제사회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해외 조직이나 개인이 중국산 희토류 통제 물품을 직접 또는 가공한 후 직간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중대한 손해나 잠재적 위협을 초래하고 국제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중국이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규제 필요성을 입증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전 세계 국가들에 편지를 보내 희토류와 관련된 생산 요소 하나하나 심지어 중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것까지도 거의 모든 것에 수출 통제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가 희토류에 유독 민감한 것은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 미국의 방위산업,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 국방부에 따르면 F-35 1대당 희토류 사용량은 약 400kg에 달하며, 버지니아급 잠수함에는 4200kg에 달하는 희토류가 사용된다.
미국은 자국 내 캘리포니아 등에 희토류를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은 있지만, 정제가공 공정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중국에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희토류 1위 생산국으로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80%를, 정제(분리가공)는 90% 이상을 각각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벌였을 당시에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해 제조업이 차질을 빚자 일본이 백기 투항한 사례가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중국과 총 4차례 고위급 무역 협상을 벌이면서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뒀었다.
다만 이같은 희토류 통제와 관세 인상 맞대응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열릴 정상회담(10월 29일께로 추정)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있다.
전날 트럼프는 '시진핑과 만날 이유가 없다'며 회담 취소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는데,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그곳에 갈 예정이기 때문에 열릴 것으로 가정할 수는 있다"면서 여지를 뒀다.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희토류는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이차 전지와 직결돼 있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17종 중 △디스프로슘(Dy) △이트륨(Y) △사마륨(Sm) △루테튬(Lu) △스칸듐(Sc) △테르븀(Tb) △ 가돌리늄(Gd) 등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 가운데 디스프로슘(Dy)은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에 필수적인데, 중국이 이에 대한 해외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면 향후 전동화 차량 부품 조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중국산 희토류의 국내 수급물량을 점검하면서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두 경제 대국 간 관세 보복전이 재개되면 전 세계 교역이 위축되고 성장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과 미국이 각각 1, 2위 교역국이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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