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중재자로 나선 트럼프…'아브라함 협정' 확대 시험대

이스라엘 카타르 공습으로 중동 정세 격화…트럼프 진화 나서
하마스의 가자 전쟁 '평화구상안' 수용 여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년 여간 지속되어 온 가자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 구상안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지역의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고 자신이 이끌어 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아브라함 협정을 강조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의 아랍 국가들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의 중재 하에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수교를 맺었다.

아브라함 협정의 방점은 중동의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시 수교에 진전을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산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올해 초 휴전 및 인질·수감자 교환에 합의하면서 중동에서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휴전은 파기됐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지난달 휴전 협상에 나섰던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사살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까지 공격하고, 가자시티 점령을 위한 지상 작전까지 개시하면서 중동 내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에서 등을 돌렸다.

마르완 무아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총장은 이스라엘이 지난 1년간 가자지구와 레바논, 시리아, 예멘, 이란,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정당방위라는 신빙성 있는 주장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을 비판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기에 나섰고, 결국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9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과 함께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점령 작전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은 아브라함 협정 확대에 걸림돌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의 가자시티에 대한 지상작전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굶주리게 만들고, 이주시키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중단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브라합 협정 확대에 있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해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안'을 제안했다. 평화 구상안에는 인질 및 수감자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군, 가자지구 관리 및 재개발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하마스는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평화 구상안에 대해 답할 3~4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슬람 및 아랍 국가들도 하마스에 평화 구상안을 수용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카타르와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한 이집트는 "하마스는 전후 (가자지구에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며 평화 구상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안의 핵심 조건인 무장 해제 및 반납 등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평화 구상안에 합의하더라도 이스라엘 내 극우 성향의 장관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에 대한 합병까지 주장하고 있어 이스라엘이 아랍·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시도를 '레드 라인'으로 규정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서안지구 합병 시 관계 정상화에 대한 '사망 선고'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벙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극복하고 중동의 평화를 가져올 경우 그토록 바랐던 노벨평화상 수상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