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머스크, 더는 못견뎌"…줄줄이 떠나는 핵심 인재들

테슬라·xAI 등 주요 간부들 연쇄 퇴사…"과도한 업무강도에 지쳐"
샘 올트먼 집착에 전기차 대신 AI 매몰…잦은 정치 관여에도 환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비즈니스 제국에서 고위 간부들의 대거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전·현직 직원 12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의 끊임없는 요구와 잦은 전략 전환, 그리고 정치 행보가 내부 불만으로 이어져 고위층의 이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억만장자 고문은 "일론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점은 그가 얼마나 빠르게 부하 직원들을 소모하는가"라며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사회조차 농담으로 일반적인 시간이 있고 또 '테슬라의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며 "그것은 24시간 내내 캠페인식으로 일하는 업무 문화다.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2년 차 AI 스타트업 기업 x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3개월 동안 재직한 마이크 리베라토레는 "102일, 주 7일 사무실에서 일하며 주당 120시간 이상 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머스크의 최대 경쟁자인 샘 올트먼이 있는 오픈AI로 이직했다.

xAI의 법률 고문인 로버트 킬은 지난달 초 16개월 임기를 마감하며 "두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이들을 자주 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측근들은 지난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머스크의 집착과 경쟁심이 더욱 강해졌다고 전했다. 올트먼의 챗GPT가 AI 산업 판도를 바꾸면서 오픈AI 공동창업자인 머스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최근 회사를 떠난 한 고위 임원은 "일론은 챗GPT 때문에 마음속에 앙금을 품고 있고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샘을 무너뜨리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트랜스젠더 권리부터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까지 정치적 메시지를 내며 조직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8년간 테슬라에서 근무한 직원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사명(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과 민주주의 제도의 건전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이번 달 퇴사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EV(전기차)·배터리 대신 로봇·AI·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우선순위로 바꾸는 등 전략을 급선회한 것도 이탈을 촉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머스크가 신흥 시장 전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EV 개발 프로그램을 취소한 후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다니엘 호는 지난해 9월 구글의 자율주행 택시 부문인 웨이모로 이직했고, 공공정책 담당 임원 로한 파텔과 하산 나자르, 파워트레인 및 에너지 부문 책임자 드류 바글리노도 이러한 전략 전환 이후 사임했다.

테슬라 전용 초고속 충전소 관련 사업을 이끌던 레베카 티누치는 머스크가 해당 팀 전체를 해고하고 충전소 건설 속도를 늦춘 뒤 우버로 옮겼다. 모델Y와 사이버트럭 출시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장도 지난 여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1월엔 최고정보책임자(CIO) 나게시 살디가, 지난해 4월엔 배터리 관련 핵심 인물로 평가받던 비니트 메타가, 지난해 6월엔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그램을 책임졌던 밀란 코바치가 회사를 떠났으며 지난달에는 옵티머스 AI 팀 리더 아시시 쿠마르가 메타로 이직했다.

한 오랜 측근은 "일론의 행동이 사기, 인력 유지,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좋아하던 위치에서 이제는 특정 집단만이 좋아하는 위치로 변했다"고 말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