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전한 일터 아니었다"…NYT, 조지아 급습 후유증 韓근로자들 조명
NYT, 단속 근로자 6명 인터뷰…불면증에 병원 찾기도
위반 혐의 설명 못 듣고 구금…휴대폰 뺏기고 시설은 열악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건설 현장 단속으로 고초를 겪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조지아주 이전에 인도네시아와 미국 미시간·오하이오주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 참여했던 A 씨는 귀국 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A 씨는 단속이 벌어진 지난 4일 오전 사무실에서 동료에게 컴퓨터 제조 시스템 문제 해결법을 가르쳐주던 중, 총을 들고 밖으로 나오라며 고함을 치는 요원들과 맞닥뜨렸다. 그는 족쇄에 묶여 구치소로 옮겨진 뒤 열악한 환경에서 일주일간 구금됐다.
NYT가 인터뷰한 한국인 근로자 6명 중 5명은 6개월짜리 B-1 비자를, 1명은 비즈니스나 관광 목적으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ESTA를 소지하고 있었다. 당시 A 씨는 한국의 본사에서 급여를 받으며 B-1 비자로 입국한 상태였다.
A 씨는 "합법과 불법의 '회색지대'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B-1 비자 조건을 지키기 위해 공구를 사용하는 물리적 작업은 피했다"며 "두세 달 안에 일을 끝내고 귀국한 뒤, 다시 두세 달 뒤에 미국으로 가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미국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다시는 미국으로 일하러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청업체 소속 직원 B 씨는 "나 같은 하청업체 직원들의 목표는 일을 끝내고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것"이라며 "마감일을 놓치면 추가 근무 개월 수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급습 당시 체포된 근로자들은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휴대전화는 압수돼 가족은 물론 회사나 변호사에게 연락한 길이 없었고, 구치소에서 전화를 쓸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을 때도 국제전화는 쓸 수 없었다.
C 씨는 동료들과 함께 '소지품을 망사 가방에 넣으라'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만 해도 큰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요원은 "집에 돌려보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이 수용돼야 했던 감금 시설의 환경은 참혹했다. 공용 공간과 제대로 구분되지도 않은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식사와 식수도 열악했다. 간수에게서 눈을 가로로 길게 찢어 보이는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국으로 송환되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도 녹록지 않았다. 미 정부 당국은 근로자들이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까지 4시간가량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수갑을 차기를 원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반대했다.
구금 생활에 지친 일부 근로자들은 한국 외교관들에게 "수갑을 차든, 안 차든 하루라도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은 남성 306명, 여성 10명 등 모두 316명으로 지난 12일 오후 3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무사히 입국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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