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3500억달러 투자 美요구 수용시 韓 금융위기 직면"(종합)
"외환보유고 2배 일본과 한국은 달라,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 우려"
"조지아 구금사태 트럼프 지시 아니라 믿어…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낮게 봐"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있어 미국의 요구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면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포함해 미국과 무역합의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한 일본과 한국은 외환 보유고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9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업적 타당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 도출이 핵심 과제이자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서 "후속 실무 회담에서 나온 제안들은 상업적 실행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해 격차 해소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4100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외환 보유고가 있는 데다, 엔화가 기축 통화로 인정받고 있고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 라인도 체결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5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무역 합의와 관련해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및 차부품 관세를 15%로 낮춰 적용받는다.
한국도 지난 7월 30일 구두 수준의 무역합의에 대해 MOU를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대미 직접 투자는 전체의 5% 수준으로 하되, 나머지 대부분은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채워 실질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일본과 체결한 방식대로 한국도 MOU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보다 높은 비율로 자국이 지정한 분야에 직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협상 파기 가능성에 대해 "혈맹 사이에는 최소한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역 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불안정한 상황을 조속히 종식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 간 큰 이견이 없는 가운데, 미국 측이 무역 협상과 분리해 진행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 구금 사태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우에 한국인들이 분노했다"면서 "이로 인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단속이 양국 동맹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미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고, 우리는 이에 대해 합리적인 조치를 모색하기로 합의했으며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북 측이 한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으며, 당분간 남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양측이 실질적 대화를 진행 중이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면서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오는 10월 31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초청하면서 김정은과의 회담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해서는 한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한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민주주의 진영 간 대립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다른 진영과의 갈등 최전선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일본, 미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경쟁과 긴장의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평화적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로이터와의 인터뷰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한 방미를 앞두고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3박 5일(22~26일) 일정으로 방미하며, 23일에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24일에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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