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범죄 빌미로 시카고도 이민단속 돌입…"공포정치 도래"

연방대법원, 인종·언어·억양 근거해 '불시 검문' 허용

2025년 6월 10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자가 거리행진에 참여하며 '엿먹어라, ICE(이민세관단속국)'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을 시작했다. DHS는 이번 작전이 최악의 범죄 불법 이민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무차별적 '공포 정치'라는 반발이 거세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DHS는 '미드웨이 블리츠'(중부 급습)라는 이름의 이번 작전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작전의 구체적 범위나 성격은 즉시 공개되지는 않았다.

트리샤 맥러플린 DHS 차관보는 "시카고 내 최악의 범죄 불법 이민자들인 갱단원, 강간범, 유괴범, 마약 밀매범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DHS는 보도자료를 통해 멕시코·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체류자 11명의 범죄 이력과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이 지역 교도소에서 석방된 뒤 다시 체포 대상이 되었다고 밝혔다.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리노이주에 주방위군 투입을 경고한 가운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를 "총기 범죄로 황폐해진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패러디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를 소셜트루스 계정에 올리며 "추방의 냄새를 좋아한다"는 문구도 더했다.

지역 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리노이의 JB프리츠커 주지사는 "범죄 대응이 아니라 공포 조장"이라며 ICE 단속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영장 없는 단속 거부 권리, 현장 촬영 권장 등 대응지침을 공유했다. 시카고의 브랜든 존슨 시장은 "적법 절차 없는 군사화된 이민 단속이 우려된다"며 ICE의 인권 침해 전례를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보스턴, 휴스턴에서도 유사한 단속을 벌였으며 미국 전역에서 이민 단속 강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도 300명 넘는 한국 국적자들이 대규모 이민 단속에서 비자 문제로 구금됐다.

한편, 이날 연방대법원은 인종·언어·억양만으로도 불법 체류 여부를 판단해 단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DHS와 ICE는 불시 순찰 단속(roving patrols)을 재개한다. 이 단속은 스페인어 사용, 억양, 피부색, 직업 등을 근거로 거리나 작업장 등에서 불시 검문해 체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