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원에 미국판 공정위 민주당 위원 해임 긴급 심리 요청

법무부 "현대 FTC 권한은 1935년과 달라…대통령 해임할 수 있어야"

워싱턴 소재 연방거래위원회 청사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민주당 소속 위원 레베카 슬로터를 임기 만료 전 해임하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긴급 심리 요청을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급심과 항소심이 트럼프의 슬로터 FTC 위원 해임 시도를 연방법 위반으로 판결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대법원이 다시 심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법무부는 4일 대법원 제출 서류에서 "현대 FTC는 1935년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통령이 위원을 즉시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1935년 대법원 판례인 '험프리 집행인 대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논리다.

당시 대법원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FTC 위원이었던 험프리를 해임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이 판례는 이후 독립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로 자리잡았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기관으로 반독점법을 집행하고 불공정 거래를 규제한다.

지난 7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슬로터 위원 해임에 대해 의회가 부여한 임기 보호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해당 조항은 FTC와 같은 독립 규제기관이 대통령의 직접 통제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도록 설계된 것인데 연방법원이 해당 조항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항소심에서도 2대 1로 하급심 판결이 유지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부가 대법원에 임시 해임 허용을 요청했다.

현재 FTC는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법적으로 동일 정당 소속 위원이 3명을 초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 추천 인사가 위원장을 포함해 3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당 소속으로는 레베카 슬로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나머지 1석은 해임된 민주당 인사의 자리로 공석이거나 교체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독립 규제기관 위원 해임 권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 연방공직자인사보호위원회(MSPB),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에서 트럼프의 해임 권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다만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임 권한을 제한하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다 강하게 보호하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번 FTC 위원 해임 건은 대통령 권한과 독립기관의 자율성 사이에서 헌법적 경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향후 독립 규제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구조적 독립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