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위법판결 대법원 긴급제소…11월 심리 요청

1·2심 모두 국제비상경제권법 근거한 관세 부과 '권한남용'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2025.09.03.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 관세 권한을 유지해달라는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지난달 말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권한을 초과한 행위라고 판결한 데 따른 대응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10일까지 사건을 수리할지 결정하고, 11월에 심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의 새 회기는 10월 6일에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 판사가 우위를 점한 연방 대법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은 내리지 않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성향 판사들이 다수를 점한다.

법무부는 요청 서면에서 "이번 사건의 이해관계는 매우 크다"며 "대통령과 내각은 해당 관세가 평화와 전례 없는 경제 번영을 촉진하고 있으며, 관세 권한이 박탈될 경우 미국은 무방비 상태로 무역 보복에 노출되고 경제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심리 요청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불법이라고 주장한 소송의 최종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맺은 무역 협정을 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관세에 반대하는 중소기업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심리 요청에 반대하지 않았다. 자유정의센터의 제프리 슈왑 변호사는 "불법적인 관세가 중소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조속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중국·캐나다·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마약 밀수 억제 목적의 관세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상호관세'를 대상으로 한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입 규제나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그러나 IEEPA를 관세 부과에 활용한 사례는 트럼프가 처음이다.

헌법상 세금과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으며,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은 명시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자유정의센터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7대 4로 트럼프의 관세 권한 남용을 인정했다. 판결문은 "의회가 IEEPA를 통해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권한을 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행정부의 광범위한 법 해석이 '중대한 질문(Major Questions)' 원칙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이 원칙은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행동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권한 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인한 혼란과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가 예상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관세를 10월 14일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법무부 항소 서류에서 "항소심 판결은 대통령의 외교 능력과 국가 안보·경제 보호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앞서 뉴욕 소재 국제무역법원은 5월 28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으며, 워싱턴 소재 다른 법원도 IEEPA가 관세 권한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현재까지 최소 8건의 소송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상대로 제기됐으며, 이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주가 제기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