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 사고에 빠진 트럼프…우크라 협상 지지부진하자 "발 뺀다"

"전문가 배척하고 푸틴과 친분으로 문제 해결한다는 환상에 빠져"
러시아 의도 오판했다는 지적도…"영토 주면 러시아가 양보? 환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을 위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2025.8.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에서 진전이 없자 재차 불만을 드러내며 협상 과정에서 빠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그가 개인 친분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주 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태도를 파악한 뒤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대규모 제재일 수도 있고, 대규모 관세일 수도 있으며,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며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건 너희들의 싸움이다'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10개의 전쟁을 해결했는데 우크라이나 문제는 예상보다 해결하기 더 어렵다며 "이 문제는 난이도 측면에서 중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탄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과 만났다.

그러나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그와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도 이어가면서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두 마을을 점령했다

WP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에 기반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 사고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 내의 러시아 및 안보 전문가들을 배척하고 부동산 투자자 출신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외교 경험이 전무한 소수의 측근 그룹에만 의존한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루빈은 "그(위트코프)는 트럼프의 신임을 받지만, 대통령 본인도 푸틴과의 개인적 관계가 제일 중요하고 전쟁을 24시간 내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의도를 오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공직을 떠난 전직 러시아 외교관인 보리스 본다레프는 엑스(X)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를 대가로 평화유지군 주둔, 우크라이나 무장을 포함한 안전 보장책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