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로 끝난 트럼프-푸틴 회담…알래스카에서 펼쳐진 5가지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2025.8.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은 6년 만의 재회라는 상징성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합의 없이 종료됐다.

이번 회담의 흐름을 보여주는 5가지 장면을 통해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의 외교적 의미와 한계를 짚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고위급 정상회담에 앞서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에 동승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비스트 동승-적국 정상의 이례적 동행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 대통령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The Beast)'에 탑승해 회담장으로 향했다. 적국 정상이 미국 대통령의 비스트에 동승한 것은 외교적 파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개인적 친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와 푸틴이 각자의 정치적 목표와 전략을 조율하는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다고 CNN방송은 해석했다. 또 이번 장면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스트에 태우려다 참모진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와도 대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악수와 찬사 – 레드카펫 위의 친구들

트럼프와 푸틴은 알래스카 미군기지의 활주로에 깔린 레드카펫 위에서 마치 오랜 친구처럼 악수하고 팔을 터치하며 웃음을 나눴다. 회담 전 언론 앞에서도 서로를 칭찬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푸틴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 후보시절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을 언급하며 "그를 다시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푸틴의 발언을 "깊이 있는 말"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푸틴의 언어 전략 – 트럼프를 위한 메시지

푸틴은 트럼프가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능숙하게 전달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의 국가 이익과 갈등의 뿌리"를 강조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평화보다는 전략적 장기전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잠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합의 있다? 없다! – 평화는 배경일 뿐

회담장에는 '평화 추구(Pursuing Peace)'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지만, 회담 후 발표된 내용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트럼프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합의는 실제로 이뤄져야 합의가 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큰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8.15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질문도 없다 – 침묵 속 퇴장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준비된 발언만 남긴 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는 2018년 헬싱키 회담 당시 트럼프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푸틴을 옹호하며 논란을 빚었던 일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언론은 회담의 실질적 내용을 파악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회담은 침묵 속에 마무리됐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