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은 서러울 뿐…트럼프·푸틴, '우크라 패싱' 땅따먹기 합의하나
우크라에 영토 양보 강요 우려…젤렌스키 "절대 안 된다"
히틀러 달래려다 2차 대전 초래한 '뮌헨 협정' 연상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주 정상회담을 우크라이나가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미·러 정상의 휴전 담판에서 정작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의사가 배제된 채 러시아에 영토 양보를 강요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위한 실질적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우리를 빼놓은 결정은 평화에 반하며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경은 헌법으로 명시돼 있다며 "점령자(러시아)에게 영토를 선물로 주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잇따라 유럽 지도자들과 통화하며 휴전 합의에서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촉구했다.
영토 양보 문제는 오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양국 간 영토 교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영토 강탈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전쟁 속결을 위해 러시아에 지나친 양보를 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친러 성향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과 2014년 합병한 크름반도의 영유권을 우겨 왔다.
서구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담판에서 휴전을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영토를 통째로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할 전망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러시아군 비(非) 장악 지역까지 몽땅 넘기는 대신 남동부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국제사회에선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과거 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뮌헨 협정'을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집권당 소속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의회 외교위원장은 "열강들이 침략 피해국의 운명을 결정한 1938년의 뮌헨 같다"고 말했다.
2차 대전 직전 유럽 강대국들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을 달랠 '유화책'으로 뮌헨 협정을 맺었다. 당시 독일계가 대다수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을 독일이 갖는 대신 히틀러는 더 많은 영토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히틀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체코슬로바키아는 산산조각났고 독일의 패권 야욕에 고삐가 풀리면서 2차 대전이라는 전면전이 발발했다.
영국 매체 스코츠맨은 "트럼프는 푸틴과의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1938년 뮌헨을 기억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현 요구를 들어주면 우크라이나는 무방비의 꼭두각시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국세청장을 지낸 코스티안틴 리카르추크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땅을 지키기 위해 땅을 내주는 셈"이라며 "어떤 성 씨를 가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그런 명령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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