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맹신하는 트럼프…참모 보고서 대신 방송 보고 정책 판단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시청시간 길고 의사 결정시 크게 의존
가자 참상 묻자 "TV서 굶는 아이들 봤다…진짜 기근인 듯"

이스라엘에서 길가던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7대 미 대통령 취임 연설을 보고 있다. 2025.01.20.ⓒ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과거 방송 리얼리티쇼에 출연해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식 원천 역시 다름 아닌 TV라는 분석이 나왔다.

AFP통신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세상을 보는 창은 TV로, 이것이 오랫동안 트럼프의 정치적, 외교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말,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는 기근이 없다"고 한 말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TV를 보면 아이들이 매우 배고파 보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건 진짜 기아다. 나는 그것을 보았고, 누구도 그건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에 식량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고, 가자의 구호 활동을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댄 케네디 저널리즘 교수는 "트럼프는 보좌관이 준비한 브리핑 자료를 포함해 아무것도 읽지 않고,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가 TV로 본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AFP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22번의 정보 브리핑에 참석했지만, 여러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서면 보고서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TV에 대한 애정은 잘 알려져 있으며 심지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그렇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NBC의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의 진행자였다. 트럼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고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백악관 입성 전인 2015년 군사 전략에 대해 어떻게 공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TV를 본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첫 임기 때 매일 몇 시간씩 TV에 딱 붙어 시간을 보냈다. 주로 가장 좋아하는 채널인 폭스뉴스를 시청했지만 CNN, NBC, ABC 뉴스도 봤다.

비록 두 번째 당선에는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크게 기여했지만 트럼프의 TV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케네디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이 속한 세대의 산물이다. 그는 (TV를 보지) 틱톡을 보면서 앉아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TV 사랑은 언론에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해 무기화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말싸움하는 외교 역사상 드문 장면을 만들어낸 후에는 "이거 대단한 TV 장면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대한 자리에서 느닷없이 영상을 틀고 남아공의 백인 차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 역시 TV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인 연출이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