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2030년 현금거래 퇴출"…'은행 불신'에 실효성 글쎄
현금거래 통한 대규모 회색경제 차단 추진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알바니아가 2030년까지 디지털화를 통해 현금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 불신이 뿌리깊어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4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피로 브룸불리 알바니아은행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와 관련 기관이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금 구매액에 상한선을 두고, 오는 10월까지 유럽연합(EU)의 단일유로결제지역(SEPA) 시스템에 통합하며, 그 뒤 SEPA 즉시결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알바니아의 회색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9~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국가 보고서에서 알바니아의 회색 경제를 '기업 활동과 경쟁을 저해하는 대규모 비공식 경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은행 계좌를 보유한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은행에 대한 알바니아인들의 불신은 깊다. 알바니아은행협회 조사에 따르면 '은행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이는 1990년대 초 공산권 붕괴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은행, 금융기관, 투자회사들이 비현실적 고금리를 약속하며 덩치를 키웠다가 1997년부터 연쇄 도산하며 전국적 혼란과 폭동으로 이어진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은행 서비스가 비싸기만 하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는 인식도 크다.
셀라미 제파 티라나대학 경제학 교수는 "대출 이자는 높고 예금 이자는 매우 낮은 차별적 금리가 유지되고 있으며, 해외 송금수수료도 높아서 이민자들의 송금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결제 시에는 건당 최대 3.5%의 수수료가 부과돼, 일부 상점은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과세 회피를 위해 현금 결제를 선호하게 되는 구조도 여전하다.
알바니아 야당을 중심으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 기회당의 에랄드 카프리 의원은 "에디 라마 총리의 아이디어는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진짜 문제인 부패나 높은 생활물가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겐츠 폴로 전 알바니아 부총리는 "현금을 금지함으로써 회색지대를 제거하겠다는 시도는 닭을 죽이기 위해 대포를 쏘는 격"이라며 "온라인 송금 플랫폼과 암호화폐 도입 등 경쟁을 통한 더 규제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