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여배우 청바지 '백인 우월주의' 파장…트럼프 "환상적 광고"

시드니 스위니, 아메리칸 이글 광고에서 '언어 유희'로 유전자 언급
'우생학' 메시지에 비난 봇물…트럼프 진영 "그러다 대선 져놓고 정신 못차려"

할리우드 배우인 시드니 스위니의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가 벽에 걸려 있다. 2025.8.4.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할리우드 배우인 시드니 스위니(27)의 청바지 광고 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한마디 거들며 정치적 논란으로도 번질 기세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스위니가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과 촬영한 청바지 광고는 발음이 유사한 'Genes'(유전자)와 'Jeans'(청바지)의 언어유희를 활용하면서 우생학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에선 "유전자(Genes)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다. 종종 머리 색, 성격, 심지어 눈동자 색까지 결정한다"는 내레이션이 나오고 이후 스위니는 "내 청바지(Jeans)는 파란색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광고에선 스위니가 벽에 쓰인 'Great Genes(위대한 유전자)라는 문구에서 'Genes'를 'Jeans'로 덧칠하면서 '시드위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를 입는다'(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는 광고 문구를 완성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광고가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은 광고 속 언어가 우생학을 연상시킨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우생학은 인간의 유전 형질 중 우수한 것을 선별해 개량하려는 이론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사얀타니 다스쿱타 교수는 "이 광고는 사실상 우생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반이민, 반유색인종, 친우생학적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파란 눈동자와 금발 머리를 강조하는 백인 여성이 '유전자'를 자랑하는 것 자체가 인종적인 우월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스위니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워크'(woke·진보 성향 이념) 비판 담론을 다시 끄집어내 스위니와 청바지 광고에 대한 비판을 '백래시(backlash)'로 맞받아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그들(아메리칸 이글)은 그냥 미국 아이들에게 청바지를 팔고 싶은 것뿐"이라며 "그런데 이 사람들(민주당 지지자)은 광고 하나 때문에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냐"며 "나는 그때 이 사람들이 덜 미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얻은 교훈은 '스위니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치라고 공격하자'였다"고 말했다. 진보적 이념을 과도하게 적용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문제삼고 있다는 역공이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기에 빠진 캔슬 컬처(부적절한 말이나 행동을 한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문화)"라며 "이렇게 왜곡되고 멍청하며 이해력 떨어지는 진보적 사고방식이 지난해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그런 식으로 투표한 큰 이유 중 하나다. 국민들은 이런 헛소리에 질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뒤늦게 스위니를 옹호하며 숟가락을 얹었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시드니가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오, 그녀의 광고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원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것"이라며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니가 등록된 공화당원이라면, 나는 그녀의 광고가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아메리칸 이글은 광고와 관련해 "청바지에 관한 이야기"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 있게 자사의 청바지를 입는 모습을 계속해서 기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 시드니 스위니.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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