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맘에 안들면 해고…트럼프 공포정치 '독재의 길' 향한다
노동통계국장 경질 논란 美서 확산…트럼프 '생각'과 안맞으면 분노
정부 및 사회에 트럼프 뜻 순응 분위기 퍼져…"中·러에서나 겪을 일"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한 일자리 통계가 발표된 직후 이를 담당하는 노동부 고위 관리를 전격 해임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를 통제하려는 명확한 시도로서, 이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상징한다는 비판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좋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부 노동통계국 국장을 해임했다면서 이 메시지는 명백히 "데이터를 다루는 정부 관료들은 이제 (트럼프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많은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정보를 가지고 정당과 관계없이 모든 대통령을 섬기는 과학자와 정보분석가, 초당파 통계학자들은 이제 대통령과 그의 팀이 강요하는 대안적 현실에 순응하라는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에 특별히 집착한 적이 없고 일상적으로 자신의 수치를 조작하고, 거짓과 음모론이 반박된 후에도 반복하며, 독립적인 사실 확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폄하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더구나 백악관을 탈환한 이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정부 전반에 강요하는 경향이 첫 임기 때보다 더 심해졌다.
통계에 대한 조작과 통제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즐겨 쓰는 통치 전략이다.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한 러시아나 중국 등은 경제가 좋아 보이도록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수 년 전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되자 정부 통계국장을 해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정부 관리들에게 강요하고 이를 반대하면 해임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털시 개버드 국장이 최근 일부 정보분석가를 해임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NYT는 짚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트렌 데 아라과' 갱단을 이용해 미국에 범죄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기관 조사 결과 갱단은 베네수엘라의 무법 상태를 이용하고 있을 뿐 정부가 직접 지휘하거나 개입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자 개버드 국장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수정하도록 지시를 내렸고, 나아가 관련자 2명을 해고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감세 법안(OBBBA)이 국가 부채를 수조 달러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초당파 기관인 의회예산처(CBO)까지 공격했다.
공포 정치식 위협은 사회 곳곳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균열을 내고 있다. 최근엔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이 대통령 탄핵 관련 전시물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2번이나 하원에서 가결됐던 부분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가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하기로 한 결정은, 7월 일자리 증가율이 작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월간 보고서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내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5월과 6월 수치도 대폭 하향 수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나를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수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지 "내 의견"이라고만 했다.
노동통계국 전직 국장 등은 일자리 수치를 조작할 방법은 없다면서 이번 해임이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흔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ABC '디스 위크'에 출연해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이 수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 매뉴얼에 명시된 세부적인 절차에 따라 집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은 이번 해고가 발전된 경제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일은 바나나 공화국(후진국)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과학고문이었던 그레첸 T. 골드먼은 "최고 통계 책임자를 해임하는 것은 정부 내 다른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과학적 진실성을 훼손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책임감 있고 현실에 기반한 정부와는 거리가 먼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은 "대통령이 통계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장을 해임했는데, 수치가 정확한 데이터였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라며 맥엔타퍼 국장 해임은 "약간 성급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단지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그들은 철 좀 드셔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고,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은 "통계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해고되면 통계가 정치화되지 않을 거란 판단을 내리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버라 콤스톤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추구하는 것은 사실을 뛰어넘은(post-factual) 세상"이라며 하지만 전령(메신저)을 해고한다고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맥엔타퍼 국장이 "50년 동안 가장 큰 오산(miscalculations)을 저질렀다"며 해임을 정당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대선 직전에도 똑같은 일을 했다"며 "고용 수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내가 선거에서 승리한 후엔 거의 100만개 일자리를 하향 조정하며 그것을 '실수'라고 했다. 그것은 사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또 한 번 대규모 수정을 했고 그래서 해고됐다"고 덧붙였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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