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파장…"트럼프 정말 깨끗하냐" 지지층도 동요

'미성년 성착취' 맡은 담당 검사 돌연 면직…트럼프는 '고객 명단' 가짜뉴스 일축
WP "트럼프, 엡스타인 비행기 7차례 타고 친분 있었지만…부적절 행동 증거는 없어"

지난 199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억만장자 출신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 <출처=CNBC 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구속된 뒤 2019년 구치소에서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을 의미하는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법무부가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미성년자 성매매 등 성착취에 가담한 이들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는 이 파일의 존재를 부정하며 '가짜뉴스'로 일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파일에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엡스타인이 타살된 것이라는 주장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모린 코미 뉴욕 남부연방지검 검사가 갑작스럽게 16일(현지시간) 면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갈등을 빚다 물러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딸이기도 한 코미 검사는 지난해 엡스타인 수사기록 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법원에 밝힌 바 있다. 이에 로라 루머 등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주장하는 극우 마가 활동가들은 코미의 해임을 촉구해 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아는 사이이긴 했으나 그가 엡스타인과 어울려 부적절한 행동을 한 증거는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WP는 최근 법무부가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맞고 그의 '고객 명부'는 없다고 결론을 낸 이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를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는 2019년 NBC 뉴스가 두 사람이 1992년 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귀엣말을 계속 주고받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2002년 그는 "나는 제프리를 15년 동안 알고 지냈다"며 그에 대해 "아주 멋진 사람이다.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 그가 아름다운 여성들을 저만큼이나 좋아한다는 말도 있고, 그중 많은 이들은 젊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에 엡스타인이 소유한 비행기도 최소 7차례 탑승했다. 이 비행기에 "어린 소녀들도 탑승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04년 팜비치의 해변 별장 소유권 분쟁으로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분쟁에서 승리했고 이때부터 연락을 끊었다.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하나였던 버지니아 지우프레는 "트럼프는 어떤 일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트럼프가 그 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본 적도, 목격한 적도 없다. 그러나 그는 엡스타인의 집에는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엡스타인의 집을 방문했다면 누구나 나체의 소녀들이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을 찍은 사진들을 봤을 것이라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WP는 17명의 여성이 트럼프 대통령이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맨해튼 배심원이 그가 과거 잡지 칼럼니스트를 성추행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한 것과 별개로, 그와 엡스타인의 범죄를 연결하는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언급된 문서가 있다면 이미 유출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엡스타인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까지 엡스타인 사건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면서 그의 지지층 분열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도 엡스타인 파일의 공개를 주장하면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 공개를 요구한 일부 공화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약골'이라고 비난하며 지지층의 반발을 억누르고 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