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관들에 "외국선거 논평 금지…특히 공정성 평가 안돼"
국무부, 전세계 공관에 외교전문 보내
"국무부 승인 없이 성명 불가"…트럼프 고립주의 연장선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미국 외교관들에게 "외국에서 실시되는 선거에 대해 논평하지 마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무부 내부 외교전문을 전 세계 미국 외교공관에 발송했다.
국무부는 외국 선거에 대한 성명은 축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되, 선거 절차의 공정성·정당성·합법성 또는 해당 국가에 대한 민주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삼가도록 지시했다. 또 공개적 논평은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외교적 필요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어 선거 관련 메시지는 국무장관 본인 또는 국무부 대변인에게서만 나와야 하며, 국무부 고위 인사의 명시적 승인 없이 외교관이 개별적으로 성명을 내는 것은 금지된다고도 명시했다.
국무부는 관련 성명을 통해 "미국은 자국의 민주적 가치를 확고히 유지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길을 택할 경우 이를 기념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는 국가들과는 어디서든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및 미국의소리(VOA) 모기관 해체, 국무부 인력 대폭 감축 등 트럼프 대통령 복귀 후 '비개입 우선'을 기조로 한 외교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외국의 권위주의 정권을 고립시키고, 선거에 대한 성명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를 촉진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유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정치적 패권까지도 유지하던 과거 행정부 방침에서 탈피하겠다는 선언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연설에서 "이른바 '국가 건설자'들은 세운 나라보다 망가뜨린 나라가 훨씬 많았고,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복잡한 사회에 개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정권 교체 후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려 했던 이전 행정부의 외교·군사 전략 담당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 연설은 국무부가 외교관들에게 보낸 외교전문에도 언급됐다.
미 대사관들은 외국 선거를 면밀히 관찰하는 역할을 정기적으로 수행하며 종종 비영리 선거 감시단체들과 협력해 결과를 워싱턴에 보고해 왔다.
이를 토대로 미 국무부가 발표하는 선거 관련 성명이나 투표 전 감시 경고 등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야당이나 인권 단체에는 권위주의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로 여겨졌다.
니콜 위더스하임 휴먼라이츠워치 활동가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불공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선거에 저항한다"며 "미 대사관이야말로 잘못되고 불공정한 절차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일 수 있다"고 짚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