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순간 보내던 아이들"…美텍사스 홍수 참사 애도물결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낸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기습 폭우로 100명 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특히 수십명의 어린 소녀들이 사망하면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 및 그에 다른 홍수로 지금까지 81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28명이 어린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직 최소 41명이 실종 상태이며 그중 10명은 소녀들이다.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수색과 구조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구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많은 소녀들이 모였던 '캠프 미스틱'이었다. 여학생 대상 기독교 청소년 캠프에 올해 여자 어린이 750명이 모였고, 이들은 강가 주변에서 잠을 자다가 수십명이 물에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세라 마시(8세)와 르네 스마이스트라(8세)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이번 여름 캠프에서 낚시와 게임을 하면서 우정을 쌓을 예정이었으나 100년된 캠프와 함께 홍수에 휩쓸려 갔다.

스마이스트라의 삼촌은 페이스북에 그녀가 전날 캠프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낸 것에 감사한다"며 "그녀는 캠프에서 영원히 최고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홍수로 사망한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어 가족과 지역사회에 큰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이 중에는 "용감하고 다정한 딸"이었던 제이니 헌트(9세)와 댈러스의 가톨릭 학교에 함께 다녔던 블레어·브룩 하버 자매도 포함됐다. 리니 맥카운의 아버지는 직접 딸을 찾기 위해 캠프로 달려간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캠프 미스틱의 공동소유자이자 원장이었던 리처드 딕 이스트랜드는 마지막까지 소녀들을 구조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캠프 상담사로 활동했던 카미 라이트(57)는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세 소녀와 함께 발견된 것이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그의 삶의 전부였다"고 애도했다.

3대째 미스틱 캠프를 관리해 온 이스트랜드는 수십 년 동안 캠프에서 일하며 모든 참가자들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고 한다. 라이트는 "그는 수천 명의 어린 소년들의 아버지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스트랜드는 강가에서 약 150야드 떨어진 오두막에서 캠프 참가자들을 구출하려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쪽에서 과달루페강이 범람한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근처 개울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너무 빨리 밀려와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 텔레비전 방송국 KHOU에 따르면 가족을 구하려다 숨진 줄리언 라이언(27)을 사람들은 "영웅이자 가장 친절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라이언은 자택에 물이 밀려들자 창문을 깨고 아이들과 장모의 대피를 도왔다. 그러나 창문을 깨는 과정에서 생긴 출혈이 계속된 끝에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비극으로 아름답고 고요했던 텍사스 힐컨트리의 여름 캠프 풍경이 산산조각났고, 전국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4일 독립기념일 연휴 주말 시작된 이번 폭우로 중부 커 카운티에 피해가 집중됐다. 밤새 시간당 38㎝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커 카운티의 과달루페강은 단 45분 만에 8m 범람하면서 강변의 캠프장을 덮쳤다. 구조대원들은 홍수 잔해와 진흙탕 오두막, 쓰러진 나무 속에서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