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18년 속앓은 부부…AI가 1시간만에 정자 찾아줘 임신

컬럼비아대학 불임센터…정자 모양 학습한 AI가 남성 정자 찾아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불임 클리닉에서 체외 수정을 위해 정자 샘플을 준비하는 모습.<자료 사진> 2016.05.25.ⓒ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무정자증 남성의 정자를 찾아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스타(STAR·정자 추적 및 회수) 시스템 덕에 18년간 고생했던 부부가 임신에 성공, 오는 12월의 아기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전 세계를 돌며 여러 차례 체외수정(IVF) 시술을 받았지만 실패했던 한 부부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불임센터에서 임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부는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번번이 체외수정이 실패했는데 컬럼비아대는 5년간 개발한 STAR 기법을 통해 남편의 정자를 찾아냈다.

컬럼비아대 불임센터 소장인 제브 윌리엄스 박사는 "환자가 샘플을 제공하자, 숙련된 기술자들이 이틀 동안 정자를 찾기 위해 샘플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정자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AI 기반 STAR 시스템에 샘플을 맡겼고 한 시간 만에 44개의 정자가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와, 이게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구나. 환자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거야'라고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적인 샘플에는 2억에서 3억 개의 정자가 있지만, 무정자증 환자들은 단 2~3개의 정자만 가지고 있다. 200만이나 300만 개가 아니라, 말 그대로 2~3개"라고 했다. "하지만 STAR 시스템의 정밀성과 우리 배아 학자들의 전문성 덕분에 그 소수의 정자만으로도 난자를 성공적으로 수정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STAR 시스템이 정자를 찾아내는 방법은 단순했다. 정자의 모양 등을 학습한 AI가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속도로 정자 샘플의 이미지를 스캔하는 것이다. 정자 샘플을 특수 설계된 칩에 놓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STAR 시스템이 현미경에 연결되어 고속 카메라와 고출력 이미징 기술을 통해 1시간 이내에 8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AI가 이를 스캔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비뇨기과 전문의 세반 헬로 박사는 "AI가 이 분야에 매우 적합한 이유는 AI가 학습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정자의 모양, 형태, 특징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AI에 보여주고, 이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원하는 특정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남성 파트너가 불임의 원인인 경우가 전체 불임 사례의 최대 40%를 차지한다. 그리고 불임 남성의 최대 10%가 무정자증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AI 기술은 불임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스토크-A(Stork-A)와 같은 AI 알고리즘은 초기 단계의 배아를 분석하고 어떤 배아가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지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 다른 AI 도구인 클로에(CHLOE)는 여성이 난자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동결할 때 난자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