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화전쟁' 美 넘어 유럽까지…민주주의 수호자 행세"

FT "서구 동맹, 무역·방위 문제 더해 이념적 갈등까지 심화"

'마가'(MAGA)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5.24.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화 전쟁'이 미국 너머로 번지며 누가 진짜 자유 민주주의인지를 놓고 서구 동맹 사이 이념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민주주의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미국 내 명문대학, 정부 기관을 상대로 진보 색채를 빼겠다며 벌여 온 문화 전쟁을 국경 너머로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 전쟁과 방위 공약을 놓고 대치하는 민감한 시기에 이념적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8일 '유럽 내 문명적 동맹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체 뉴스레터 플랫폼(서브스택)에 공유했다. 유럽 정부들이 민주주의에서 퇴보하고 정치 제도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게 이 글의 골자다. 작성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보좌하는 새뮤얼 샘 국무부 민주주의 인권 노동국 수석고문이다.

콘스탄체 슈텔첸뮐러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센터 소장은 "단순한 메시지 올리기에 불과하더라도 공개적인 공간에 이런 발언을 내보내는 건 대서양 관계를 변형시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EU 혐오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EU는 미국을 망치려고 만들어졌다', '미국의 영원한 안보 속국이 될 거냐?' 등 비난을 일삼았다. 프랑스와 독일의 극우 정당 견제는 '폭정'이라고 반발하고 폴란드의 우파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감쌌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이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유럽 내부적으로 언론 자유 제한과 선거 개입이 만연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유럽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문화전쟁 확장은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포장으로 강성 보수 중심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슈테판 비엘링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 교수는 "집권 후 권위주의 정부 체제를 세우려는 포퓰리스트들이 종종 스스로를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자로 포장한다"며 "문화전쟁으로 권위주의적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