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 붐' 저문다…낮은 유가·비용 상승에 업체들 '곡소리'

WTI 유가, 배럴당 61.53달러…연고점 대비 23% 낮은 수준
셰일오일 손익분기점 65달러…내년 美 원유생산 감소할 듯

미국 텍사스 칸즈 카운티에서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특정 기사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과 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석유 회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굴착기를 놀리면서 지난 10년 간 이어온 '셰일 붐'이 끝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플러스'(OPEC+)의 증산 결정은 미국 석유 시장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전망을 하향했다고 FT는 전했다.

오클라호마에 있는 데번 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 클레이 가스파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현재로선,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더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S&P 글로벌 코모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내년에 1.1% 감소한 1330만 배럴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과 무역 전쟁 우려로 촉발된 가격 하락으로 시추 업체들이 작업을 멈추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연간 기준으로 미 원유 생산이 감소세를 기록할 경우 2020년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10년 만에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주에 배럴당 61.53달러로 거래를 마쳤는데 연고점 대비로는 약 23% 낮은 수준이다. 댈러스 연은에 따르면 셰일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배럴당 65달러 유지가 필요하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값싼 석유와 가스를 경제에 보다 많이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는데 생산량 감소는 이 같은 흐름이 끝나게 됨을 의미한다.

셰일 오일 생산 급증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다른 오펙 국가들에 대한 의존 관계를 끝냈고, 백악관은 이란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석유 수출국을 상대로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시추와 생산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생산량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의 전 대표 스콧 셰필드는 FT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면, 미국의 생산량은 하루에 3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셰필드는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직접적 위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향후 5년 이내에 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휘발유 가격이 낮게 유지되게 하려고 OPEC에 대해 증산을 촉구해 왔다.

관세로 인해 석유 채굴 작업에 필요한 철강 및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한 것도 석유 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유정에 박는 쇠 파이프 케이싱 가격은 지난 분기에만 10% 가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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