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며느리 "LA산불이 왜 기후변화 때문이냐" 발언 논란
"책임지는 사람 없이 기후변화 탓만"…산불 책임론 정치공방 거세져
'기후 채찍질' 현상, 20세기 중반 이후 31~66% ↑…화재 위험 2배 ↑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에릭 트럼프의 아내인 라라 트럼프가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이 기후변화와 무슨 상관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미국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산불 책임론과 기후 논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버즈피드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민주당에 대해 "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도울 수 없다"며 "캘리포니아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기후변화를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내게 저수지가 마르고 소화전에 물이 없던 것이 어떻게 기후변화 때문인지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폭스뉴스는 "진보 지역구가 쓸데없는 기후 걱정을 더 밀어붙인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러자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명예연구원 노먼 온스타인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인터뷰 영상을 공유하며 "얼마나 멍청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LA산불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진영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책임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기후 변화 대신 캘리포니아의 부실한 수자원과 산림 관리가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산불 진화에서 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 소화전 물이 일시적으로 고갈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저수지가 메마른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7월부터 1월까지의 LA 지역 강수량은 0.8㎜에 불과했다. 강우량이 많았을 때 초목이 풍부해졌다가 날씨가 너무 건조해지자 초목이 메말라 불이 더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강수량과 건조한 날씨,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는 현상을 '기후 채찍질'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전례 없는 겨울철 산불이 극단적 기후 변화가 어떻게 산불 등의 자연재해를 악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9일 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 채찍질 현상은 20세기 중반 이후 31~66% 증가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캘리포니아대 LA 캠퍼스(UCLA) 교수인 다니엘 스웨인은 "이 채찍질 현상이 화재 위험을 2배로 올렸다"고 지적했다.
같은 UCLA의 기후 과학자인 파크 윌리엄스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의 겨울철 화재는 극단적인 기후와 기상 현상이 동시에 발생해야 일어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UCLA 연구원인 에디스 드 구즈만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화재는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매우 어렵다며 기후변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애리조나 워터 이니셔티브 연구·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페이스 키언스는 "이는 대부분 사람이 몰랐던 정말 복잡하고 새롭게 대두된 문제로, 모든 책임을 돌릴 개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A에서 발생한 화재, 가뭄, 기후변화, 그리고 강풍은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