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는 항모' 대만…미국은 核전쟁 불사하면서 지킬까

[위기의 대만]③미중 패권 경쟁 속 21세기 신냉전 대립…대만 놓고 긴장감 최고조
中 "무력 사용 불사할 것"…美·대만 "현상 유지" 외치며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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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충돌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냉전의 전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

장기 집권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통일을 최대 과업으로 삼고, 무력을 선택지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하는 반면 미국은 영향력이 급속히 높아지는 중국 견제에 총력전을 펴면서 미중 간 갈등은 더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최근 미중간 군사 충돌 가능성은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불거졌는데,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 중국의 대만을 향한 야욕이 노골적으로 짙어지면서 미중 간 패권 경쟁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10월 당 대표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공산당 박물관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中, 시진핑 장기집권 시동…"무력 사용도 불사"

중국 국무원 대만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의 통일 사업(台湾问题与新时代中国统一事业)'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관련 백서를 발간한 것은 22년 만에 처음인데, 해당 백서에는 중국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중국은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대만 집권 민진당을 '제거해야 하는 장애물'이라고 묘사하면서 조국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같이 중국이 대만에 집착하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워 자신의 장기 집권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대만 통일'을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정치적 지지를 결집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반해 미국과 대만은 '현상 유지(status quo)'를 견지하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대(對) 중국 제재와 더불어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 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의 엄중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을 방문해 외교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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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만과 밀착 강화…"전략적 가치 상승" 영향

미국이 대만을 감싸 안는 이유는 중국의 부상 속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훨씬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느끼는 전략적 가치는 과거 맥아더 장군이 대만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과도 같다고 한 발언에 잘 담겨 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중국 해군력의 팽창을 저지해야 하는 경계선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을 잇는 도련선)에서 대만은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일본 원유의 90%, 액화천연가스(LNG)의 76%가 이곳을 통해 수송된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지난해 2월 의회에 제출한 예산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제1열도선을 따라 지상무기를 증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과 대만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 역시 미국의 본토 안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서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중국 잠수함들은 미 서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함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다. 당시 미국은 미중 간의 3 개의 공동성명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 두 개의 중국 인정 불가 △대만 독립 지원 불가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지원 불가 등 ‘삼불(三不)’ 정책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관련 정책 기조가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에서 '전략적 명료성(clarity)'으로 점차 옮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에서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것이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답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즉각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일정한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에서 중국의 공격적 전략이 커지면서 리처드 하스와 같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이제 보다 뚜렷한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 기조 변화에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시킴으로써 아태 지역 내 안정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밖에도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등에 업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려 하는 동기 또한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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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미중 전쟁, 이제는 임박"…이르면 2027년 충돌 가능성도

이런 복잡한 속내 속 전문가들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미중 간 충돌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점을 전제한 것이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대만 침공 예상 시점으로 △2027년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 △ 2035년 중국의 사회주의·군(軍) 현대화 △ 2049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달성 시점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랜드와 터프츠 대학의 마이클 베클리는 최근 발간한 '데인저 존 (위험 지대)' 저서를 통해 '중국의 권위주의냐 미국의 민주주의냐'를 둘러싼 이념논쟁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면서 미중 간 경쟁은 10년 내로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주장의 근거에 대해서 이들 저자는 중국 내 인구와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어 국력이 쇠약해졌다면서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중국 정부는 대만 점령에 더욱 안달 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대만이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복잡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군이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국과 추진하는 공동 방어 전략 수립과 조정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역내 미국 동맹국의 개입 의향과 역할도 미국의 계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의 충돌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간의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미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선임연구원은 대만 분쟁이 '핵전쟁'으로까지 번질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핵심 질문은 미중 갈등이 비핵화 즉, 핵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는 여부라고 짚었다.

그는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5월 발언에 그 누구도 '핵무기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문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미중간 핵전쟁 가능성이 더이상 '한 가지의 가능성(possible)'이 아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likely)' 시나리오가 됐다고 분석했다.

오슬린 연구원은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미국의 미사일 단 한 발이라도 중국 영토를 타격하는 순간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복에 나설 것이 확실하며 이는 확전의 소용돌이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3일(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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