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차별 포격에 '민간인 대학살' 우려…회담은 연기 전망(종합2보)
오늘 2차회담 불투명…러軍, 키예프·하르키프 공격 23명 사망
애플·나이키·ISU까지…러 향한 국제 고립 심화할듯
- 정윤영 기자, 강민경 기자, 김민수 기자, 김지현 기자, 김현 특파원
(서울=뉴스1) 정윤영 강민경 김민수 김지현 기자 김현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일(현지시간)로 7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전날 러시아 군은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러시아군의 군사전략이 민간인 공략으로 본격 전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 시민을 '나치 정권서 보호하겠다'는 구실로 침공을 핑계 삼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르키프)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
◇ 대표단 1차 회담, 성과 없이 종료…2차 회담은 '불투명'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8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경 인근 모처에서 5시간 동안 회담을 가졌지만, 서로의 우선 사항이 무엇인지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 간 2차 회담이 2일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으로부터 들려왔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자임한 터키 측은 2일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일 회담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칼린 대변인은 "그들은 2일에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2차 회담은 며칠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키예프·하르키프 공격으로 23명 사망…러군, 민간인 거주 지역 무차별 공습
</strong>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전날에도 러시아군은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과 포격을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가장 참혹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사건 장소 중 하나였던 키예프의 '바비 야르' 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추모 시설 인근에 있는 TV 방송 타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바비 야르 추모 시설 인근의 TV 타워를 공격했다"며 "러시아의 범죄자들이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구조대는 이번 공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러시아 국방부가 키예프의 보안 시설에 대한 공습을 예고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촉구한 뒤 발생했다.
앞서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습은 러시아에 대한 '정보 공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보안 시설 근처에 살고 있는 키예프 주민들은 그들의 집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하르키프 동부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8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또 전날 오전 8시쯤 러시아 미사일이 하르키프 시청 건물을 타격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대해 "전쟁 범죄"라고 명명하며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국가 테러"라고 비난했다.
◇ 진격 늦춰진 러, 우크라 사기 꺾으려 '민간인 공격' 전략 바꿔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저항에 맞서기 위해 본격적으로 민간인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엿새 째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으로 전환해 우크라 저항세력의 사기를 꺾고 늦어진 진격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또한 신나치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이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의해 학대와 학살을 당한 민간인을 보호하는 취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WSJ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같은 민족이라고 주장하던 푸틴 대통령은 초기에는 '민간인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이번 포격 세례는 전략의 전환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파괴공작원들(사보추어·saboteur)을 키예프에 현지인으로 위장시켜 내부를 교란시키는 전술까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셸로반(Viktor Chelovan)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사령관은 자신의 대원들에게 "공작원은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며 "(먼저) 러시아 특수부대와 군 정보총국(GRU) 소속 요원들로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 전에 미리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공격으로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흔들려는 요원들도 있고, 여러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살해하려는 요원들도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시민들의 저항을 주도하는 이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더 타임스 역시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암살하기 위해 용병 400여명을 키예프 곳곳에 배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국제 왕따' 전락한 러, 경제·정치 고립 심화
이미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전락한 푸틴과 러시아를 향한 정치적·경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면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의 핵심 원칙들을 무시하며, 인권과 인도주의의 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획적이고, 이유가 없으며,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제사법제판소(ICJ)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집단학살(genocide·제노사이드) 혐의와 관련한 공개 청문회를 실시한다.
ICJ는 전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오는 7일부터 이틀간 헤이그 평화궁전에서 러시아의 집단학살 범죄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 위반 혐의에 관한 청문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미국 재무부의 재닛 옐런 장관은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대해 추가적인 금융제재를 가할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의 고위 권력자들 자산을 압류, 동결하는 데에 집중하는 태스크포스(기동부대)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G7은 지난달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접근을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과 이란에만 적용됐던 스위프트 제재는 거의 모든 국제 금융거래 봉쇄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의 핵무기'로 비유될 만큼 강력한 제재로 꼽힌다.
이밖에도 애플과 나이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내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
애플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수출을 중지하고 애플페이 등 다른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나이키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빙상연맹(ISU)은 모든 러시아와 벨라루스 스케이트 선수들의 국제 경기 출전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우크라 침공 6일차, 탈출 행렬 68만명 육박…"21세기 대탈출"
한편, 러시아의 침공 후 6일간 68만명이 고국인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이웃 나라들로 탈출한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집계했다.
인구 4000만명 안팎의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국민들의 인근 국가로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 난민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폴란드, 그 다음으로 약 9만명이 헝가리로 건너갔다.
필리포 그랜디 UNHCR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인근 국가로 넘어간 사람이 67만7000명에 달했다"면서 "우리는 이번 세기 유럽에서 가장 큰 난민 위기가 될 수 있는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UNHCR은 인근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될 우크라이나 난민이 총 400만명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았고 EU 위기관리 담당위원은 이 수치가 7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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