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3선 뉴욕주지사의 몰락…깨끗한 사나이→권력형 성범죄자
與 정치스타, 수년간 성추행하고도 혐의 부인
캐시 호컬 뉴욕부지사, 최초 여성 주지사 탄생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권력형 성범죄'로 또 한 명의 스타 정치인이 추락했다. 미국 민주당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앤드루 쿠오모(63) 3선(選) 뉴욕주지사는 재임 시절 수년간 전·현직 보좌관 등 여성 11명을 성추행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지 일주일만인 1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20여분간 생중계 TV 연설에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물러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해 여성에게 애정·유머 표현을 위해 했던 행동들이 잘못된 시도였다는 데 전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쿠오모는 스스로 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 의회 탄핵 국면을 면하게 됐다. 그러지 않았으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탄핵당할 가능성이 상당했다고 로이터는 바라봤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쿠오모 혐의 사실을 인정한 검찰 조사 발표를 듣고 즉시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오모는 바이든 행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될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같은 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뉴욕을 지역구로 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쿠오모 사퇴를 촉구했다. 뉴욕주(州) 인근 뉴저지·코네티컷·펜실베니아주 지사들도 쿠오모 사퇴 요구에 동참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린지 보이란(36) 전 뉴욕주 경제개발 특별고문을 시작으로 샬럿 베넷(25) 전 비서 등 여성 7명이 쿠오모 성추행 피해자임을 폭로하면서 지난 2월 검찰 당국은 독립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 5개월만인 지난 3일 쿠오모 행위가 미연방법과 뉴욕주법을 위반한다는 내용이 담긴 165쪽짜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결과 발표에서 "쿠오모가 다수 젊은 여성들에게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입맞춤, 포옹,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괴롭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를 고소한 피해 여성 11명 중 9명은 전·현직 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기 전 쿠오모는 미국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로 불릴 만큼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다. 뉴욕주 검찰총장 당시 '깨끗한 사나이'(Mr. Clean) 이미지를 앞세워 잘못된 관행과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마침내 2010년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뉴욕주가 공중 보건 위기의 온상이 되면서 쿠오모는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매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면서 대중의 큰 인기를 끌었다. 로이터는 그가 "국가 지도자"로 칭송받았다고 보도했으며, 그의 사임에 대해선 "한때 미 대통령 후보로 여겨졌던 남성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다.
뉴욕 퀸스 출생인 쿠오모는 검사, 변호사를 거쳐 빌 클린턴 행정부 주택도시개발부 장·차관, 2007년 뉴욕주 검찰총장을 맡았다. 부친 고(故) 마리오 쿠오모 역시 1983년부터 3선의 뉴욕주지사였다. 동생 크리스 쿠오모는 CNN 유명 앵커다. 전 부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조카딸 캐리 케네디로 1990년 결혼해 2005년 이혼했다.
한편 미국 내 이같은 권력형 성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선출된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는 매춘부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듬해 사퇴했다. 2011년 앤서니 와이너 하원의원 역시 성추문으로 사임했다. 2018년 에릭 슈나이더맨 뉴욕 검찰총장은 여성 4명에게 학대 혐의로 고발되고 직에서 물러났다.
쿠오모의 사임은 14일 뒤부터 발효된다. 이후 캐시 호컬(62) 뉴욕부지사가 내년 12월 쿠오모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사 임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호출 부지사는 성명을 통해 "쿠오모 주지사 사임 결정에 동의한다"며 "뉴욕 시민들에게 최선의 선택이자 옳은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로써 최초의 여성 뉴욕주지사가 탄생했다.
younm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