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미중 패권전쟁, 결국 아시아인 혐오범죄로 이어져

미국 뉴욕 지하철서 흑인이 아시아계를 마구 폭행하는 장면 - 트위터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코로나19 책임론과 미중 패권 전쟁 격화의 불똥이 엉뚱하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계 매릴린 스트릭랜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미국의 유력한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과 인터뷰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을 아시아로, 아시아를 중국으로 생각한다"며 대중 보복이 아시아계 전체로 퍼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 의원 -트위터 갈무리

30일 공개된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동영상은 매우 충격적이다.

동영상을 보면 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 남성을 개 패듯 패고, 목 조르기까지 한 뒤 아시아 남성이 실신해 쓰러지자 지하철에서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느 한 명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떤 승객은 폭행이 이뤄지는 중간중간 환호성 섞인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물론 이 싸움이 사소한 다툼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미국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으니 인종범죄라는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애틀랜타에서 한국인 4명을 포함, 6명의 아시아인이 무차별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애초에 미국에 이민 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주위에서 미국 이민을 가겠다는 지인이 있다면 말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일단 코로나 책임론을 들 수 있겠다. 특히 파급력이 큰 정치인들이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인 즉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초기대응에 실패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음에도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는 등 중국 책임론을 들고 나오며 자신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유력인사들도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최근에는 로버트 레드필드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중국 책임론을 언급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상원 코로나 청문회서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그는 지난 26일 CNN과 인터뷰에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나는 여전히 우한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발원했다고 믿는다. 실험실 직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실험실 직원이 외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현지조사를 마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은 29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다른 중간 매개 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무척 높고,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이전에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구조상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연구실 유출설을 일축했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유력인사들이 연구실 유출설 등 중국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혐중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미중 패권 전쟁으로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더힐은 미중 패권전쟁이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의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더힐은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양국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을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 패권전쟁으로 미국에서 반아시아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인의 미국 이민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민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룬 나라다. 거의 모든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은 연간 3~4%대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민 행렬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멜팅 팟’이라는 말이 있다. 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다. 멜팅 팟으로 미국은 세계최강국이 됐고, 태평성대를 열었다.

그런 미국에서 반인종적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오지 말라는 얘기다. 미국이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폐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패권전쟁의 와중에서…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