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美 사망자 10만 넘어…방역 최대 걸림돌 트럼프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순위, 미국 누적 사망자수가 10만을 돌파했다. - 월드오미터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확진자도 170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사망자 모두 압도적 세계 1위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코로나19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장서 코로나19 방역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무시함으로써 초동대응 시기를 놓쳤고 △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 지도자가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은 물론 △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으며 △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제 재개를 강행하고 있다.

◇ 초동 대응 시기 놓쳐 :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에 "내 친구 시진핑 주석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후 2월부터 코로나19가 미국에 서서히 상륙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를 이슈화하지 말 것을 주변 참모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이 비상사태를 선언한 날은 3월 13일.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초동 방역에 실패해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퍼진 뒤였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전염병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상사태 선언이 1주일만 빨랐다면 3만6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날마다 제출되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모두 12차례 경고했지만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미국 대륙을 휩쓸자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자신이 초동대응을 잘못한 것을 희석시키기 위해 "시나쿨파"(중국 탓)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 마스크 안쓰기 솔선수범? : 세계 주요 정상 중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인물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뒤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과 데보라 벅스 코로나19 TF 조정관은 마스크를 쓴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트럼프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며 "국민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으면 대통령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사코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가 지난 21일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비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으나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마스크 알레르기라도 있는 걸까?

◇ 클로로퀸 효과 있다는 ‘가짜뉴스’ 퍼트려 :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신의 선물'이라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음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2일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논문을 인용, 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5일 클로로퀸의 부작용을 우려해 임상실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다. 그런데 대통령이 앞장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 전문가 조언 무시하고 경제 재개 강행 :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경제 재개를 강행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지난 12일 미 상원 화상 청문회에 출석, "성급한 경제 정상화는 불필요한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파우치 소장의 경고를 수용할 수 없다”며 "나라를 열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하고 경제 정상화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서명한 경제 재개를 위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전문가들은 미국이 섣불리 경제를 재개할 경우, 미국의 역사상 가장 ‘암울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돼야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일까?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코로나 방역의 최대 걸림돌이라 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낙제생인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 우등생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이를 단 한 줄로 요약하고 있다.

‘전문가 말에 귀 기울인 문재인-전문가 조언을 무시한 트럼프’라고.

sinopark@news1.kr